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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하루는....
    나의 글 2013. 12. 31. 08:21

    수리산에서 바라다 보고 밟았던 눈의 촉감은 지금 생각으로도 분명 환상이었다.

    올해를 지나며  완결판을 제대로 찍어낸,  감동....

    서툰 걸음으로 눈밭을 두두두둥 미끄러내려간 그 짜릿함은

    앞으로 남겨 진 나의 과제쯤이야 사방으로 흩날린 눈꽃 속에 날려 버려도 좋을,

    상쾌한 기분이 이런 것임을 알아냈다.

    눈 속에서 사람을 기다리느라 잔뜩 긴장을 한 탓인지,

    어제는 몰랐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려니 묵직한 것이 어깨까지 뻑뻑했다.

     

    아침 다섯시 반, 

    어제 저녁 "둘째가 엄마, 반찬이 왜 김치 밖에 없어요?  하다 못해 오뎅볶음이라도 있어야지"

    - 언니, 그럼 엄마 진짜로 그 반찬 하면 어쩌려고.  

    막내가 웃으며 말을 받았었다.

    그 소리를 외면하고 나가선 안 될 것 같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냉동실에서 갈치를 꺼내 무를 깔고 칼칼하게 조림을 하고,

    다시 뒤져 보니 막내가 말했던 오뎅이 턱하니 앞에 놓여 있다.

    급한대로 어묵국 한 냄비 끓여내는데까지 정확히 40분은 걸렸다.

    그 보다 빠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속도로 출근준비까지, 

    머리 속의 생각은 계속 굴러가고, 손은 손대로 움직여지고,  발은 발대로 역할을 하느라 부산한데

    늘 조금만 더 일찍 서두를 것에 대한 나의 게으름을 질책하곤 한다.

     

    그럼에도 잠은 자 둬야지,  거슬러 거슬러 가다 보면 뜬 눈으로 새워야만 하게?

    그것은 안 될 말이지. 

     

    이만한 건강이 지금껏 가능한 것에 신기할 따름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켠다.

     

    좁은 나라에서도 눈폭탄에 대한 아슬아슬함을 논하자니, 뜬금없을 표정을 비치는 동생.

    서울은 조금 오다 곧 멈추었단다. 

     

    슬픔이나 고통은 왁자한 군중 속에서 만회한다던가?

     

    어수선한 중에, 

    달고 있던 어설픈 찌꺼기 감정 쯤이야 날려 보낼 연습은 충분히 가능해졌다.

     

    완전히 씻겨 나가 백지로 탈색되어질 나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숲에서 나무가 가지로 뻗어나는 것 까지,

    그리하다 곧 봄이 되어 노오란 개나리가 터져 나올 것을 익숙하게 여유로 맞아들이기까지

    마음 속에 스며든 갖가지 감정들, 

    물리치려는 씩씩함에서 비롯되어지는 것임을....

     

    해가 바뀌어 다시 새로움 앞에 나를 세우기로 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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