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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다 보면.....나의 글 2013. 11. 4. 13:40
아직 개봉도 안한 영양크림이며, 로션이 둘째의 소지품 옆에 살짝 놓여져 있길래
"가져가려고, 이리도 일찍 챙겨 두었나? " 피식 웃음이 터졌다.
대전 하숙집에서 온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아마도 집에 도착하자 마자 뭐 가져갈 거 없나 온통 뒤졌을 것이 뻔했다.
우선 제 것부터 챙겨 두고, 둘째들의 특성은 어찌 그리 공통되게 야무진지.....
집에 왔으니 구석 구석 청소 좀 해 놓고 가라니까
"이 집 사람들이 하지 내가 왜 하느냐" 하면서도
(두번 손이 안 갈 만큼 정리정돈을 잘 해 놓는 걸 보았으니, 시키는게지)
말 끝나기 무섭게 열심으로 집안을 번쩍번쩍 변신시켜 놓았다.
한달 보름만에 돌아온 기념으로 제 고모가 점심을 사준다 했다길래
이따 차 편에 고춧가루와 감, 마늘 등을 챙겨서 가라 했다.
우리끼리 통하는 암묵적인 거래도 이렇듯 무덤덤해졌다.
내게서 비롯된 극도의 예민한 반응 또한 사그라들어......
시어머니나 고모와의 괜한 불편함 따위에서 벗어나고자
반드시 거쳐야 했던 아이들과의 불필요한 냉전.
시간이 분노나, 슬픔을 잦아들게도 했다.
얼굴을 마주 하는 일은 여전히 버거울 것이지만
그것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내게 가능하지 않을 것은 없다.
이제......
돌이켜 보면 기억날 만큼 큰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삶의 엄청난 반전이 내게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문제 될 것은 더더욱 아니었을 아픈 부스러기,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벼워서 좋다.
그 사람이 있었기에 누릴 수 있었던 지지고, 볶고 온통 시끄러웠던 세상,
그것이 행복이었다 해도, 지금의 고요 또한 싫지만은 않아졌다.
이젠 그 적막감 이상은 기대할 수도 없게 감정은 늘 한자리여도
그로 인해 보다 넓은 세상으로 놓여지게 되었다면 마냥 우울할 것도 아니란 생각을 자주 한다.
내 알고 있는 세상 만이 최고의 삶이 아님을 알게 해 준 것은
어찌 보면 감사할 일이다.
거듭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서 다르게 선택받은 축복일지 누가 아나?
우리의 의지로서가 아니라,
아직은 서툴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을 힘이 내게서 뿜어져 나올 것을 믿는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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