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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10월 찬 기운....
    나의 글 2013. 10. 2. 19:07

    기껏해야 어제 지나고, 이 저녁 해거름인데

    10월의 한기는 스적스적 나무에 붙은 이파리끼리도 놀라 돌아앉게 생겼다.

    참으로 차갑다. 

    매달려 버텨보려던  낙엽친구 하나, 둘  기운이 다했다.

    온전히 광합성을 누리지 못한 이파리는 자격이 없단다.

    스르륵 처량맞게 밀려나 흙바닥으로  꺼졌다.

     

    목격한 처량함이 그닥 불쾌하지 않은 까닭이란

    기운이 다해 소멸하는 것 또한 너나 나나 마찬가지 동질감 때문이다.

     

    숨소리가 크고, 목소리가 커서 난 체 하며 휘젓고 오늘을 산다고 살았지만

    정작 나, 종일토록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아무도 없었다.

     

    분명 무수한 군중이 있긴 했다.

    더불어 왁자한 분위기도 느꼈고, 말참견도 했던 것 같고, 혼자서  킬킬대며 웃기도 했다.

    화면을 마주하고 과하리만치 보상은 치러졌다.

     

    그랬으면서 이제 와서 누구도 없었다고?

    아쉬움이었다.  호흡까지 마주했길 바란 욕심이....

    이율배반적 허허로움일랑 덮어 두자.

    어차피 시린 가슴 한켠,  가을의 이름으로 누구든 누려야 할 사치 아니던가.

     

    서걱거리는 남방 사이로 바람이 비집고 든다.

    싫지 않다.  그렇다고 슬픈 기분은 더더욱 아니다.

     

    한 발을 빼고 돌아서 나오면 결국, 나는 혼자.

    둘이면 덜 외로우려나, 셋이면 더 많이 행복하려나.

     

    행복에 관한 정의를 좇아 골똘한 궁리는 날을 새도 모자랄 판이다.

    더 이상 할 수도 없다.

    가다, 가다 포기하는 순간 행복이 나를 감싸줄 것임을

    일찌기 알아냈으면서도

    괜한 억지 한번 부려 보는 일 또한 반복된 일상이다.

     

    오늘 나는 이 기분을 일컬어 외로움에서 비롯된 허영인지,

    그저 본심을 확인하고 싶을 따름이다.

     

    경비아저씨가  TV를 보고 있다.

    작업복 바지를 빨아 문고리에다 걸어 놓았다.

    무척 익숙한 바지다.   밑 단을 내가 손으로 일일이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세탁소에 맡기기 귀찮아 꼼꼼하게 밑단을 줄인 다는 것이....

    지금 보니 듬성듬성 엉성하기 그지 없다.

    남편의 것이었다.    여전히 바람을 타고 존재할 것들은 수명이 질기다는 생각을 했다.

    슬며시 반가운 표시 한번 했다.  웃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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