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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한풀이
    나의 글 2013. 9. 3. 11:18

    참으로 이상하지?

    마음이 쌀쌀한 가을 한 귀퉁이 같아.

    이런 날엔 헛헛한 가슴 쓸어내리며 그저 뒷짐 지고 할 말을 잃게 돼.

     

    대걸레를 양동이에 넣어 세게 눌러 빨며 청소아주머니가 울고 있었어.

    들킨 것이 부끄러울까봐 모른척 하려 했는데,

    이처럼 아픈 마음, 풀어 보려

    "아주머니, 우셨어요?" 그렇게 묻고 말았네.

     

    벌겋게 번져 있는 눈자위, 

    어린아이가 곧 보듬어 줄 엄마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처럼

    그렇게 아주머니가 서러운 한풀이를 흘리네.

     

    스물 아홉에 혼자 되었다는 오십 후반의 아주머니.

    경비 아저씨, 관리소장, 운전기사 등등의 점심 식사를

    폐휴지 처리한 돈으로

    이것도 내 업보다 하면서 책임지게 된 일이

    발등을 찍고 싶다며 가슴을 쳐.

    열악한 돈으로 푸짐한 상을 차리라니 그게 말이나 돼?

    난 청소만 하고 가면 그 뿐인데,  맞지?

    이도 내 업보라 생각하고 좋은 맘으로 했더니

    사람을 무시하고 저 짓거리들이야.

    너무 잘 해 주니 저것들이 날 호구로 본 거야.

     

    일찌기 남편 잃은 업보를

    착하게 살아야 한다로 세뇌시키며 살기를.....

     

    "아줌마, 참 많이 속상하시겠다.

     어차피 저들은 알 지 못해요.  알 수가 없어요.

     남자란 원래부터 상대를 헤아릴 능력이 여자보다 많이 모자라요.

     그러니 어째요.  아줌마가 괜한 일 시작했다 해도 내가 끊어내지 못할 일이라면

     말씀대로 업보로 할 수 밖에요.

     아줌마, 울지 말아요."

     

    내가 슬프니 그도 슬픈거지.

    내가 하늘을 품듯 날아갈 마음이었으면

    그깟 아주머니의 눈물 따위, 코웃음 치며 비웃음이나 날렸겠지.

     

    모르는 이는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아.

    아주머니의 눈물에서 비롯된  결정체가

    치사한 끝도 아니고, 얄미운 그 남정네들도 아니고,

    내 회한에 휩싸여 목울대를 타고 오를

    숯검정  한풀이라는 것을......

     

    (하얀색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던 초등학생 때

    하늘은 무조건 파란색이었고,

    태양은 무조건 빨간색으로 웃고 있는 그림을 그렸던

    그때로 가고 싶은  날이 오늘이네요)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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