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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아주 조금만 찢어 물에다 불려 두었다.
새벽같이 국이라도 우선 끓여두려 했는데,
급히 나와야 할 일이 생겨서 그냥 두고 나왔다.
지금쯤 아마도 미역이 퉁퉁 불어 있을라나?
9월 1일 오늘은 스물 셋, 큰 딸의 생일이다.
아래로 둘은 몸도 마음도 씩씩해서 걱정이 덜한데
큰 아이는 아무래도 아픈 손가락이 될 것처럼 이래 저래 신경이 간다.
그 아이의 마음이 좋으면 엄마는 천사가 되고,
예민하게 마음이 치올라 들면 극심한 냉혈인간으로 치워버리고,
우린 늘 이렇듯 종잡을 수 없을 시이소를 탄다.
엄마의 늦은 귀가 보다 더 늦게 한숨을 푹 쉬며 아이가 들어왔다.
"그래, 네 생일인데 그 친구가 선물이라도 주디? 너는 그 때 남방 두 벌 사 주었는데... "
- 엄마, 아무래도 끝내야 할까봐. 지금은 바빠서 선물을 준비 못했다고, 내년에나.
친구 하나 사귀어 볼랬더니 영 힘드네.
제 나이에 알맞을 연애도 타이밍인 것을......
눈치 없는 남자친구인지, 진정한 바람둥이인지 문제의 그 아이가
원인이 무엇인줄도 모르고 동생1, 동생2에게 카톡을 해왔다.
"언니가 집에서 무슨 일 있었나 보다. 우울해 보이는 것 같으니 니들이
생일 축하 좀 챙겨줘라."
우린 누구도 그 카톡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았다.
예민한 큰 얘가 화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빠를 보내고 그 자리에 아빠를 대신할 구세주 하나 얻었다고 한참 들떠있던 아이가 풀이 죽었다.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것도 일종의 바람이라고 표현하는 아이다.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연애는 고행이 아니라고 다시 한번 일러 둬야 겠다.
그 친구가 좋을대로 하는 어리석음 또한 그만 두라 해야겠다.
내가 보기엔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진정한 사랑의 정의는 무지한 어미도 아직 접수가 안 되었지만
적어도 아이가 속상해서 한숨을 내쉬는 그런 모양은 아닌 거라고.
큰 아이는 참으로 참는 걸 잘 한다.
그러지 말라 해도 아빠처럼 힘든 성격은 어찌 그리 같은지....
조물주가 그리 만들어 놓은 것은 바꾸기 여의치 않다는데,
오늘 두고 두고 맘이 안 좋다.
아이 일에 뭘 그리 신경쓰냐고 하지만
아이의 성격에 따라 분별되이 해결해야 할 것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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