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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픔은.....나의 글 2013. 8. 18. 11:14
지난 번 옥수수 두 자루를 샀을 때 보다 오늘은 기분이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토요일 오후 다시 가락시장엘 왔다.
더 이상 싸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이대로 사라져 버릴 것인지,
과일 값이 상상 할 수 없이 비싸다.
수박 하나 이만 오천원, 크고 좋은 자두 한 상자는 십이만원이라니.....
자두가 좋은 줄 알지만 너무 비싸서 접어 두고
수박, 복숭아, 거봉포도, 토마토, 햇사과를 차례로 샀다.
혼자서 하는 시장구경은 쓸쓸하다.
자동차 뒤 트렁크에 과일 박스를 싣고 친구가 되어진 라디오를 켠다.
디제이 유영재가 가수 윤시내를 소개한다.
야외 생방송인지 소리가 많이 울렸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말 수가 적고, 여전히 순수할 것만 같은 그녀가 "어쩌란 말인가요"란 노래를 힘있게 부른다.
노랫말에 어떤 숨겨진 사연이라도 있느냐 물으니
그냥 가수니까 곡을 주어서 부른 것 뿐이라고 말하는 윤시내는 참 재미없는 여자다.
디제이가 예전에 해바라기 김주호가 나와서 예, 아니오만 하더니 같은 분이란 얘기를 해도
윤시내는 눈치를 못 채는 것 같다. 계속 웃기만 한다.
이런 날엔 차라리 김수희 같은 가수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혼잣말을 했다.
사연이 많아 내 아픔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닐만큼
감동으로 눈물짓게 하는 기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못 된다고.
자꾸만 라디오와 얘기를 하게 된다.
나이 들수록 인간의 쓸쓸함이야 어찌할 수 없을진대
그 사람 때문이라 핑계되어 버리니
자잘하게 솟아나는 용종 쯤이야 대수던가.
한결 살기 수월해지긴 했다.
우선은 만나고 싶은 사람만 선택해서 대해도 감히 욕 들어 먹지 않을 수 있고,
난, 슬픔에 관한 한 유예기간이 필요한 사람으로
미친 듯 악다구니로 이성을 잃는다 해도
난, 아픔에 관한 한 공소시효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아직은 내게로 향한 면죄부가 유효하다.
그 편함은 인정한다.
가끔씩 아리듯 불편하게 눌려지는 찌릿한 통증만 아니라면.....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