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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현달인지, 초승달인지....나의 글 2013. 8. 16. 10:43
소나무 향이 가득한 사우나가 좋다며 동생이 어서 오란다.
못말리는 영애씨 엄마는 자기가 올 때마다 있는 것 같다며
"언니, 옛날 야구선수 김우열 부인이었지? "
기억력도 좋다.
과거형이 되어버린 그들의 근황까지 꿰뚫는 동생은 지금 행복하다.
가끔씩 어린시절 함께 지내온 날들에 대해
자신은 기억하는 것을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타박을 하는 동생에게
그저 한가롭지 못하게 틀어진 삶이 기억까지 퇴화시켜 버렸단 얘기는
할 수 없었다.
정말 그랬다.
동생 못지 않게 사람 사는 이야기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나였는데,
그럼으로 남편에게서 쓸데 없이 구경 좀 그만 하라고
퉁박도 들었던 것 같건만
도무지 기억에서 도드라짐 조차 없다.
기억력도 슬픔에 비례하여
생각하고 싶은 것만 남겨두는 단조로움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일까?
벌써 저녁 아홉시,
동생은 아들과 함께 그 곳에 있어도 심심한가 보았다. 늘 유쾌함이 넘치는 아이.
"난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해."
한 번 가 보고 싶기도 했지만 나의 자유는 아직 멀리 있다.
그까짓 것,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해도
책임이란 무게는 오늘도 내일을 살게 만든다.
둘째가 슬그머니 묻는다.
"엄마, 이모부는 한 달에 얼마 버는 거예요."
- 글쎄, 요즘엔 괜찮게 버나 봐. 다행이다.
엄마 힘으로가 아닌 아빠가 건네주었던 돈을 받아 봤으면....
부질없을 희망은 곧바로 허탈함까지 몰고 올 것이어서
늘 상처를 받으면서도
작은 소망 아이에게 던져 보았다.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아라.
거실 창문 정면에 높은 하늘 위 상현달이 떴다.
보름달을 향해 열심히 가는 중이란다. 신기했다. 마음이 심란한 줄 어찌 알고....
노오란 빛을 지닌 달이 내게 말을 건넨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년이 될 줄을 왜 모르느냔다.
그냥 가 보는 거라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길 아는 사람 누가 있느냐고....
처한 대로 치워가며 살 뿐이라고....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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