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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역할 2
    나의 글 2013. 6. 14. 11:10

    엄마와의 일단락이 끝난 이후 큰 아이가 도착했다.

    전후 사정 따윈 아랑곳 없이 제 친구들과 카톡에다 언니들 욕을 해 놓은 걸 확인했다며

    분노에 차서는 막내를 방으로 불러 세운다.

    내용이 뭔데?

    "언니들 잔소리, 니나 잘해.  헐.... 등등"

     

    밖에 나가서 어떻게 언니 휴을 보고  다니느냐에서부터

    한바탕 안정을 찾은 막내를 다시 들쑤시고 나선 큰 얘를 향해 내가 말했다.

    "너희들은 저 나이 때 아무 말썽 없이 큰 것 같다.  착각하지 마라.

     엄마가 아까 다 얘기해 놓았으니 이제 그만 하도록 해."

    - 엄만 일단 나가 있어요.

    분노는 너희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을 아는가?

     

    일단 참아 내고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동안 언니의 잔소리는 계속이 되었다.

     

    " 너 때문에 언니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줄 알아?"

    한참을 고개를 푹 숙인채 듣고만 있던 막내가

    - 그럼 결국 언니는 스트레스 풀려고 나한테 이러는 거네.

     

    트라우마인지 나는 큰 얘들이 막내를 향해 심한 잔소리를 할 때면

    시어머니와 아가씨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20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았으니 아이들의 인성에 그들이 보고 배웠던 습관들이 고스란히

    생활에서 묻어날 수 밖에 없음을 왜 이제사 깨달으며 한탄을 하는지...

     

    진작에 내가 끼고 살았어야 했다.

    돈 번다고 구경꾼처럼 차마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물론 자식이 내 소유물이 될 순 없지만 적어도 적극적으로 어느 정도 선은 그어 놓았어야 했다.

     

    아이들과 나의 혼란이 고스란히 아빠의 부재 속에서 엇박자로 표출되고 있다.

     

    "세인아, 막내한테 그만해라.  왜 너희에게서 할머니가 보이고, 고모가 보이는 지 모르겠다.

     그 지겨웠던 상황들....."

     

    맞지 않는 성격에 맞서지 못하고 후퇴하길 반복하다 결정체로 남은 화들.....

     

    충분히 미루어 엄마를 이해한다 하면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이 모호한 상처들....

     

    큰 얘가 주춤한다.  이 상황에서 왜 그말을 대입시키냔다.

     

    전쟁은 다시 조용해졌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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