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나이이고 싶다
세월을 거슬러가지는 못하지만
늘어나는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고
햇살이 비치는 방향으로 짙어지는 나뭇잎처럼
그리움이 깊은 방향으로 사랑이 짙어지는
그런 나이이고 싶고
먹고 사는 걱정으로 하루에 매달리지 않고
가끔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흔들리면서
부드러운 손짓도 해볼 수 있는
여유있는 그런 나이이고 싶다
착한 여자를 만나
고요한 저녁 무렵 함께 시냇가에 앉아
물살에 떠내려가는 종이배도 접어보고
잊혀진 카바이트 불빛 밝히는 포장마차에서
위하여 술잔을 부딪칠 수 있는
로맨틱한 그런 나이이고 싶고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지만
싸구려 가요방 반주기에 맞추어
나직한 목소리로 시를 읊듯
손 잡고 노래도 같이 불러볼 수있는
분위기있는 그런 우리이고 싶다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하고
특별한 이름을 얻지도 못하였지만
너 하나만은 참 잘 만났다며
거칠지만 따뜻한 볼 부비면서
살갑게 웃으며 함께 지내다가
꿈꾸듯 죽어갈 수 있는
의미있는 그런 나이로 늙어가고 싶다
그런 나이로 살다가
그런 느낌으로 죽고 싶다
글 - 김경훈[石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