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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환갑이 지난 그녀는 술 주정이 과하다.
몰랐을 때는 어쩌다 한 번인 줄 알았는데,
만날 때마다 제자리 걸음인 살아온 이야기는 이만 식상해졌다.
그 정도는 순탄해도 너무 순탄해서 입 밖으로 꺼내기 미안할 듯 한데,
나이 든 푸념은 혼자서 그동안 많이 부대껴 고단했었으려니,
그런 생각을 굳게 먹으며 언제나처럼 잘 들어 주기로 약속을 한다.
모인 우리는....
묵은지 돼지갈비찜, 굴, 참치회를 한 상 차려 놓은 곳이 그녀의 집이고
그리고 제일 연장자이니 뭐라겠는가?
들어 주는데 돈 드는 일도 아니고.
좀더 건설적인 이야기는 어디 없는 건가?
지루하다.
인생의 한 고비를 넘긴 그녀는
가장 한가한 능선에 도달해 최대한 누리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차 있다.
1년 동안 보아 온 내내 한결같은 모습.
누구 못지 않게 명품으로 30여년을 키웠다는 두 아들,
오로지 성당 아니면 집, 그 울타리를 벗어난 적이 없어서 다른 것을 모른다는 것도.
매번 하는 이야기다.
"나, 진짜 힘들게 살아왔어. 그런데 나만 그렇게 힘든 줄 알았거든.
아니더라. 얼마 전 교육을 받고 왔는데 교수가 그러지 뭐야.
나 힘들 때 상대방 역시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끄덕.... 조금 알 것 같더라고.
그 날 집에 와서 저 사람 위로해 주려고 맛난 것 사준다 나가자 했지...."
- 아휴, 언니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건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지.
언니는 공주, 아니 왕비과야.
"그런데 나는 어디를 가든 혼자서는 갈 수 없어. 남편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 언니는 영원히 독립할 수 없어. 사육 당한 채로 살도록.
아직은 60이 안 되어 살아나온 과오를 평가하기 이르다 여긴
50대 그녀들이 듣다가 목청을 높힌다.
아, 40대 중반을 막 넘어선 로사는
올 한 해 경기 일으킬만한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라 지나다 쿵 소리만 나도
가슴이 벌렁벌렁 하단다.
그리고 한참 나이 많은 언니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신은 세월을 먼저 먹어 버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많다고.
아들, 시어머니, 회사.... 줄줄이 낭패로 가득했던 1년.
입을 맞춘 듯 액뗌 했다고 쳐. 올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일어났으니 오히려 다행이야.
올해가 지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들은 하기 좋은 말로 위로를 건넨다.
아직 끝이 나지 않은 인생의 행로 끝 지점은 어디쯤일까?
어떤 것이 되었든
시선이 집중되어 지는 일에서 멀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주변 인물로 조용히 ......
그들과의 관계는 고작 1년 남짓이지만 바람직하게 스며들었다.
만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집집마다 선물 하나씩을 가져 오라기에
나는 등산용 양말 여섯켤레 묶음을 준비했다.
쌍화차, 수수 한 봉지, 스킨 원액....
다들 살 것이 마땅찮았단다.
살림의 고수답게 소용없는 물건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듯
지혜롭게 잘도 골라 왔다.
2015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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