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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은 비호감이지만, 그의 노래 '모란 동백' '사랑 없인 못 살아요'는 좋다.
그리고 '그대 그리고 나' '꽃이 피는 날에는'을 부른 소리새,
언제 들어도 좋은 유익종의 노래는 두 말 하면 잔소리고,
그 보다 옛날 노래, 이난영의 '해조곡'도 마음 정리 할 때 좋은 노래다.
아버지께서 즐겼던 노래였지. 아마도.
어쩌다 요즘 노래 중 들을 만 한 것 있나 찾다가
나의 인내력은 견디지 못해,
이내 익숙하게 꽂힌 곡으로 뉴턴을 하고 만다.
잘 모르는 것은 적응하기가 일단 불편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면 집에서 한바탕 1막을 끝내고,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중독에 가깝게 컴퓨터의 전원을 켜면서
즐겨찾기의 You Tube 음악으로
내 공간에서의 2부를 시작한다.
믹스 커피 한 잔을 숙제처럼 마시고,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정하고 끝을 내려다 만 수필집의 페이지는 어제에서 멈춘 채,
새벽부터 할 일이 참 많았다.
깨어 나 보니 네시 반,
근래 들어 잠이 짧아졌다. 일컬어사람들은 잠의 질이 안 좋아졌다라고들 표현을 한다.
어쩜 그리 잘 지어냈는지....
나이 들어가는 일은 점쟁이처럼 나중을 적잖이 예측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호들갑 떨며 놀랄 일이 별로 없다는 것, 그래서 점점 더 단순해진다는 것.
그럼에도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할리스 커피점의 2016년 다이어리(커피 일곱 잔을 마시면 주는) 좀 구해 줄 수 없냐는
둘째의 간곡한 부탁으로 승호에게 문자를 했었다.
"공사 중이라 집에 들러 밥 먹었어요"
- 반찬도 없었는데...
밥통의 밥도 며칠 된 것이고, 새 반찬은 더더욱 없었을 터인데
마음이 짠했다.
그래서 시장에 들러 연근도 사고, 우엉도 사고, 시금치 등등을 ...
손 맛이 있을 때, 먹겠다는 사람 있을 때,
부지런함은 발동이 걸리곤 해.
어쩜 이런 현재가 가장 행복한 시점일지도 몰라.
지금으로부터 먼 후일에 기분 좋았던 날을 꼽자면 말이다.
나름 정성껏 시금치 나물을 무치고, 지난 밤 해동시켜 둔 갈비를 다시 익히고,
연근조림, 우엉조림, 배추김치, 달랑무김치, 아욱국.
이 정도면 먹을만 하겠지.
우리 식대로 신문지 두 장을 식탁 위에 포개서 깔고,
뚜껑 있는 반찬통의 음식들을 줄 세워 놓았디.
오자 마자 먹기 쉽도록.....
마음이 푼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쓸모가 여전한 나여서 더더욱 기쁘다.
201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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