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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2월 2일 오후 01:28
    나의 글 2013. 2. 2. 14:47

    2013년 2월 1일 금요일 비

    여름 장마비처럼 온 종일 눈물같던 비는 이제 자욱한 안개로 변했다.
    혹한으로 애먹이던 겨울이 이렇게 안개 속으로 흩어지는가?

    살아있는 우리들은 이제부터 묵은 겨울은 내쳐 버리고
    저마다 봄을 떠받들어 칭송하며
    숨죽여 이 날을 기다려 왔노라 갖은 아부를 다 할테지.

    아이들 셋은 두 달 전에 예매해 놓은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갔으니
    밤 열 두시나 되어 들어올 것이고,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은 나는
    늦은 열한 시까지 일처리를 끝내 놓아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고,
    얼토당토 않게 긴 하루를 집이 혼자서 많이 심심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생이고, 중학생인 나의 아이들은
    더이상 내 바깥세상의 이야기들에 큰 관심이 없다.
    자기들만의 세상을 꾸려가기도 벅차 있어 보인다.

    며칠 전, 늦은 밤 자동차 안에서의 공포를 얘기해 보려다
    그만 두었던 것도
    이윽고 되돌아 올 공허함 때문이었다.
    그가 있다 한들 공허함을 채워내지 못할 그중 한 사람일 수도 있었음인데
    절대적인 또 하나의 내가 될 사람을 그로 지목하는 나 또한 집착이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사람의 정은 그러면서 옮겨가는 가 보다.
    세인아빠 친구의 늦둥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는 혜림이, 열 세살,
    나는 어린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내가 살기 위해 집착해야 할 누구를 찾아내느라
    본연의 팍팍한 성격이 누그러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 외로움이 사람을 부드럽게도 한다.

    명절 설을 앞두고 아이의 생일이었고, 졸업식도 있다 해서
    나는 선뜻 가방 살 돈을 챙겨 봉투에 넣어주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해 줄 것이 없어 늘 미안한 혜림엄마는
    김 한 톳을 빈 그릇과 함께 내게 건넨다.

    오늘 늦은 저녁 그들의 조촐한 생일파티에 끼어든 나,
    조금 부럽다. 많이라고 하면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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