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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보다도, 피자 보다도 매콤한 순대곱창이 훨 낫지.
예전부터 그랬어.
친구들이 여지껏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것들이 난 별로였거든."
늦은 저녁, 운동을 마치고 다시 판교 집 근처로 갈 일이 있었다.
아주 희박한 시간 내기였지만,
덕분에 막내를 볼 수 있어서 귀찮기는 커녕 더없이 좋았다.
저녁 시간에 매점에서 빵 하나를 사 먹었다니
속이 니글거리겠네? 어디서 짬뽕 한 그릇 먹고 갈까?
"좋아요. 하나만 시켜서 둘이 먹죠."
열시가 다 되어가는 때라 식당의 불은 하나, 둘 꺼져 가고
마침 지나치는 버스정류장에 순대곱창 트럭이 눈에 띄었다.
"엄마, 저거야? 지난 번에 몇 번 먹었는데 맛있어. 칼칼한 것이."
그 사이 지나쳐
뉴턴을 시도해야 할 곳이 되돌아가게 되어 미안했는지,
다빈이가 그런다. 엄마니까 안 그래도 되는데.
"엄마, 너무 멀리 갔다 와야 하네요?"
아까 보았던 짬뽕 집 앞에 주차를 해 두고
다빈이와 나는 손을 꼭 잡고 뛰었다.
벌써부터 입에 군침이 가득한 순대와 곱창을 향하여.
잘 되었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런 줄도 모르고 맛있는 빵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철판 위에 순대, 곱창, 당면, 양배추 등을 힘차게 뒤섞는 아저씨가 신이 났다.
따끈한 순대볶음을 받아들 다빈이도 신이 나고.
순대 1인분, 곱창 1인분....
"포장해서 언니랑 먹을래요."
- 그래.
어울려 낄낄대며 함께 먹었음 참 좋겠다.
"엄마, 내일 아침에 봐요."
- 얼른 가라.
이렇게 사는 삶도 틀리지 않고,
저렇게 사는 삶도 딱히 옳은 것은 아니고....
자신의 삶이 떳떳하다면, 다 괜찮은 것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2015년 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