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래.... 참 좋은 날!
    나의 글 2015. 4. 4. 12:51

     

    내내 안타까운 회상에 젖어 있다고

    아름다웠던 날이 되돌아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녁 성당 미사를 마칠 즈음 천둥 번개가 우르릉 쿵쾅 .....

    긴 가뭄 끝 단비라고 기쁜 소식에 묻혀

    옷 적시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배려를 간직한 마음은 활짝 핀 봄꽃 같다.

    모였다가 흩어진 얼굴들에서 저마다 그윽하게 환한 표정이 묻어 나왔다.

     

    땅이 말라갈 즈음에 알맞게 내려준 비처럼,

    매 순간을 감동으로 받아들이며 그리 살아갈 일이다.

     

    생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할 그 어떤 것들이 소멸되어졌다고

    온통 슬픔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다.

     

    그  옛날이.....

     

    비오는 날엔 괜히 마음이 어수선하기도 하지.

    이것 저것 그냥 참 좋았던 어느 날이 떠오르기도 하고.

     

    세인이가 자신의 마음을 적은 글에서

    그 때는 부자도 아니었지만 행복했었지 라고 시작을 했다.

     

    "그래, 엄마도 가끔 생각이 나."

     

    과거는 멈춤이고 현실은 숨가쁘게 움직이는 것이라서

    함께 할 수 없을 기나긴 평행선.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다.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호시절은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잘 견뎌낸 어느 시기에 또 올 것을 믿는다.

    엄마의 지금이 그러하듯.

    아직은 말할 수 없지만,  더 나이 들면 공유할 수 있는 어느 한 부분이 생기는 때

    다시 좋은 날에 대하여 말할 수 있으리.

     

    나는 그렇다. 

    붙잡아 보려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잡힐 듯 말 듯한 기억들 때문에 난감할 때가 꽤 여러번이어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곤혹스러웠지만

    나의 지금은 걸러내고 또 걸러낸 인생의 어느 한 장르.

    어느 결에 매우 소중한 시절이 되었다. 

     

    좋은 순간에 감동이 밀려올 때면,

    함께 나누고 싶은 대화는 아쉬운 숙제가 되었지만

    특별하게 우리만 이리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다 하게 정의 내릴 수 있을 행복이란 없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거대한 증명 말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의 시간이

    이처럼 지루하지 않게 바삐 돌아오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노라면,

    가끔씩 밀려드는 옛 생각은 우리를 향한 따스한 다독임으로 받아들이게 되련만.

     

    "솔직히 오골계,  흉칙스럽지 않아요?  속까지 엄청 새카만 것이....

     아마, 아버지께서도 속 내장은 비위가 약해서 못 드실 걸요?

     좋다니까 다 먹기는 했지만 영 아니예요. 그래도 살은 부드럽긴 했어요."

    - 맞아. 나도 그래서 못 먹겠더라구!

     

    잠깐 나갔다 와야 한다니까, 긴 이야길랑 이따 다시 하자는 승호.

    어제 몇 시간 동안 큰 솥에다 푹 익힌

    오골계 먹은 소감을 이리도 적나라하게 표현하다니,

    그 때문에 한바탕 낄낄대며 웃었다.

    거부하는 일보다 받아들이며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한 삶임을 알아 줘서 고맙다.

     

    잃은 사랑으로 남겨진 슬픔은

    다시 사랑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더불어 힘이 되어질 것을 믿으며

    시작하는 아침은 그래서 경쾌했다.

     

    바퀴에 기름을 칠한듯 부드럽고 절도 있게 굴러가는 새 차는

    지나친 겸손일랑 그만 두고 으쓱한 마음도 괜찮다며

    제법 나를 우쭐대게 만들었다.

     

    하얗게 늘어진 벚꽃, 노란색의 개나리꽃들이 도열한 사이로

    혼자서 여왕이 되어 ......

     

    그래, 참 좋은 날이다.  

     

    2015년 4월 4일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고운 희망  (0) 2015.04.06
    부활.....  (0) 2015.04.05
    날마다 자각을 잊지 않는 삶은....  (0) 2015.03.31
    기다림.....  (0) 2015.03.31
    세상 구경  (0) 2015.03.3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