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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빈 마음으로....나의 글 2014. 9. 26. 14:38
농협의 목요장터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먹거리 장터 말고도,
꽃나무를 즐비하게 늘어 놓은 꽃 집 두 곳 중,
구수한 입담까지 정감가는 친절한 아저씨 쪽으로만 손님이 유난히 몰립니다.
한가한 쪽 주인이 하품을 하다 말고 오히려 마실까지 나서는 중에도
시샘을 낼 수가 없는 것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묘책이 있는가 살짝 물었더니
이 아저씨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하십니다.
"일단 값이 싸고, 친절하고, 분갈이 제 때 제 때 잘 해 주고.... "
별 것 없답니다.
마음과 마음끼리 눈 맞추기를 아주 잘하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 없는 쪽이 안쓰럽긴 해도 나 역시 손님 몰려 있는 곳이 좋았습니다.
왠지 안전해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으니까요.
다육식물의 일종인 와송을 샀습니다.
한 잎 떼어 주길래 먹어 보니 새콤한 맛이 암 예방에 좋다나?
키우며, 따서 먹으며 그렇게 자라나는 식물이랍니다.
난, 사실 이때껏 동물이나 꽃을 좋아해 본 적이 없습니다.
특별히 좋다, 싫다 개념이 아니라
내 삶에 관심사로 넣어둔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저 사람에 시달리고, 부대끼는 일이 세상살이 전부로 점철되었던 때,
무엇이든 극단적인 분노가 우선되고,
생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도달되어질 목표치에 이르면 다시 바벨탑을 새로이 쌓기를 반복만 할 뿐
그 다음의 대안까지는 속수무책으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거지요.
삶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리듬을 타면서 가야 하는 것인데....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 하고,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 때는
배부른 베짱이들의 한심한 신선놀음에 경멸을 퍼부었지요.
누가 뭐래도 우리처럼 살아야 하노라.
곳간 가득 채워놓고 떵떵거리며 살 날을 고지에 두고.
한참 지나고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익히 알고 왔던 것보다 훨씬 많더군요.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로만 믿고 살았을 때는 자만심으로 가득했었는데
요즘엔 자꾸만 작아지는 나 자신을 깨닫습니다.
나이가 더 들었으니 배포가 커져야 마땅한데 말입니다.
어제는 내가 있는 아파트사무실 위 층에 중학교 다니는 쌍둥이 엄마가
마흔 셋의 나이로 아깝게 세상을 떠났다 했습니다.
십년 넘게 이 곳에 살았다니, 얼굴 생김새를 더듬어 상기시켜 보자면 알겠지만
그리 한 들 무엇하겠나 싶어 그만 두었습니다.
어느새 운명론에 깊숙이 빠져들어버린 나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동급으로 두는 습관으로 삽니다.
그리고 한 달 전 월급 조금 더 올려 준다고 좋아서 다시 출근을 개시한 청소 아주머니가
도저히 안 되겠다며 이번 달까지 다니고 그만 둔다는 말을 내게 했습니다.
한번 떠나간 마음은 역시나 잡을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아침 일찍 라디오 디제이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나의 오늘을 구상하고
잠시 일 보러 나갔다 온 사이에 허탕치기 일쑤인 손님들을 위해
차례차례 번호를 눌러 키를 대신하는 자물통을 설치하고
찬찬히 되돌아 본 일상에서 찾아낸 새로운 발견들이랍니다.
조금만 더 눈여겨 보았다면 진작부터 알 수 있었던 것들을
미처 모르고 지나쳐 왔다가 뉴턴하여 다시 보기로 하니,
시도하기 전에는 남의 것이었다가 바닥에서 빈 마음으로 본 세상은 투명한 거울 같습니다.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얼굴이 투명해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합니다. 그대로 되는 것이니까요.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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