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에 대한 생각 / 송정림
마치 새들이 둥지를 찾아 힙겹게 퍼덕이며
날아가는 모습처럼 저녁이면 우리는
저마다의 걸음새로 집을 찾아 꾸역꾸역 걸어갑니다.
격정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세상사에 무감해진 듯 공허한 두 눈,
약간의 후회와 부질없는 미련으로
앙다문 입술 그리고 안식과 위안이 절실한 그녀의 표정을
우리는 마음으로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 수잔은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과 만나는 그 귀갓길에서,
과연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조금 더 현명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역전'도 좋지만,
'인생의 여전함'이야말로 소중한 거라고.
여전히 건강하고, 여전히 일할 수 있고,
여전히 먹을 수 있고, 여전히 음악을 듣고,
여전히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행복임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어쩌면 행복은
여전한 우리네 삶 속에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쁨과 같은 것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그처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들로부터
언제나 감동받지 않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