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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러고 보니 아직 살 날이 많긴 해.......나의 글 2014. 5. 11. 13:19
한창 쑥이 나는 철이라고,
시간만 되면 뜯어서 데쳐 얼려 놓은 쑥이 냉동실 가득입니다.
쑥인절미 보다는 빨래판 같은 절편이 나을까?
소화가 잘 되는 쑥설기가 나을까?
혼자서 고민을 합니다.
예전 같으면 쑥떡 두 말 정도야 일도 아니었는데,
내 먹으려 해서가 아니라,
나눠줄 얼굴 떠올리는게 먼저로 괜한 일 많이도 일삼았던 때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주변에 왁자하니 사람도 많고.....
지금이라고 다시 쑥떡을 핑계로 사람 모으기 하라면 못할 게 무엇이겠냐만은
부질없고 성가실 일이란 생각부터 합니다.
변화가 몰고 온 세월의 끝에는 하얀 공백으로
잊혀지고, 잊어야 할 것들 투성입니다.
멈추지 않을 눈물 줄기로 애를 태우던 그리움 또한
잘도 흐르는 세월을 핑계 삼아 내 맘대로 조율할 줄도 압니다.
산 사람은 그래도 산다는 말에 서러운 분노로 어쩔 줄 몰랐던 숱한 날들,
못 살 것 같았으면서 이렇게 잘도 살고 있습니다.
죄인 아닌 죄인을 피하고자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내 안의 위로 잔뜩 펼쳐놓고,
세상은 비로소 내 편이기를 꿈꾸며.....
더불어 다 내어버렸다 외치면서도 한 켠에서 꿈틀대는 삶의 욕망은
좋은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기도 합니다.
살 날이 아직도 많다 하니 말입니다.
맨 정신으로 한번 살아보길 꿈꾸지만,
지나고 보면 얼떨결에 살아온 날이 훨씬 많습니다.
고통이기도 했고, 기쁨이기도 했고...
그 어수선한 것들이 모여 인생의 한 장르가 되어질 것을.
지독히 싫어서 내쳐 버리고 싶은 어느 한 귀퉁이라도
필요없다며 버릴 수 없는 모든 세월을 안고 가야 함 또한
다른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이라서 어쩔 도리 없습니다.
조만간 나는 쑥설기 두 말을 떡집에 부탁할 것입니다.
다시 또 그 놈의 성가실 일을 저지른다고 비웃을지라도
넘치는 쑥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노라 찐한 핑계 한 번 대고 말랍니다.
나란 사람 독하게 변신 한번 해보려 해도 아직은 더 있어야 할까 봅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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