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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생길은 장담할 것 하나도 없이..... 살아본 후에나....나의 글 2014. 5. 10. 11:43
"언니! 지금 어디? 장사 나가나?"
- 누구냐? 응, 지금 버스 타려고 하니 이따 통화하자."
언니는 언제나 바쁩니다. 길게 말할 시간 없는 건 여전히....
이른 새벽이나, 늦은 오후나 되어야 통화가 가능한 줄 알고 안부를 미루다
조카가 진작에 휴대폰 마련을 해 준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아무 때나 해도 되는 것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렵다고....
일흔 세 살인 큰 언니는 나 만큼이나 쉴 줄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자존심! 그것 하나로 버티며 살아온 여자!
아직 일곱시도 안 된 시간, 벌써 움직여 벌교읍이랍니다.
언니가 사는 곳은 보성인데,
그 곳에서 벌교까지의 거리가 얼마 정도인지 가늠한 적은 없지만
내 20년 후에도 저리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을까?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요새 통 소식이 없던데, 별 일 없냐? 다들 잘 있고? 내 말 잊지 말아라.
여자 혼자 살아선 안 된다는 말..... 남들 말 다 날려 버려라.
먼 곳으로 떠난 사람은 다 소용 없느니라.
돈만 갖고 따져서도 안 되고, 그저 나랑 맘이 맞는 사람 어디 찾아 봐라.
절대 자식만 의지하고 살 순 없는 법이다. 아직 한참 나이다."
생선장사를 마치고, 텃밭에 고추, 감자 등 심어 놓은 것을 돌보고 들어오는 중이라며
저녁 무렵 다시 전화를 건 한참 아래 동생에게 다짐을 둡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났습니다.
언니는 마흔 둘에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경험으로,
내 서러움이 곳곳에 있을 줄 몰랐을 땐, 공감대가 형성될 걸 생각도 못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가장 말이 잘 통할 것을 이제사 발견합니다.
사람 사는 일, 끝까지 살아보고 나서 말해야 함을 압니다.
누가 잘 나고, 못난 것도 미리부터 자만할 일이 아님까지....
학식이 많다고, 세상살이에 능한 것도 아닙니다.
배운 것이 없어도 누구보다 지혜로운 언니,
그동안 촌 사람이라고 무엇을 알 것이냐 외면하기도 했지만 나도 나이를 먹느라고
찬찬히 언니의 말을 새겨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언니가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처음 듣는 얘기들을...
어쩜 아무 일 없이 살아갔더라면 영원히 듣지 못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
온통 회색빛,
숨쉴 구멍 하나 없이 답답한 시절을 당연한듯 살아온 날에 비추어 보면
숨통 터질 곳 하나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인생길이 예상한대로 흐르지 않았다고 한탄할 것도 아닙니다.
자신들이 살아온 길만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
쉬 좌절할 것은 더더욱 아니고.
어찌어찌 여기까지 온 일만으로도 기적이 아닌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살아간다는 일....
오락실의 두더지 게임에서처럼
가벼운 망치로 두더지 하나를 잡고 나면 어느새 튀어 오르는 다른 놈의 두더지 한 마리,
하나씩 처치하려니 성가시다고 합판 하나를 옴팡지게 얹어 놓고 눌러앉아 버릴까?
그러면 다시는 어떤 일도 생기지 않으려나, 엉뚱한 공상도 해 가면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을 걸 꿈꾸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살아있음의 증거 조차 소멸되어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테니.
살아있는 동안엔 꿈틀거릴 그 무엇으로 인해 자극이 되어짐을 익히 아는 까닭으로.
마음가는대로 살으라는 말의 뜻이 얼마나 용기있는 말인지,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앞뒤 좌우로 온통 의식의 눈빛 투성이에 옭죄어
자신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조차 불분명하게 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큰 일 하나가 터지고 나면 급작스럽게 당황하지 않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나를 보면서
이제 순수는 떠나갔구나 쓴 웃음 한번 지어 봤습니다.
인정 사정 다 봐주다가는 나도 거덜나겠다, 그렇게 독한 마음이 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없으면 소용 없을 세상인 것을.....
얼마 전 2층에서 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에 기브스를 한 남자가
엉뚱한 부담을 내게 지워주려고 하길래
대처하는 법을 인간적인 것에서, 사무적으로 바꾸어 가야만 하는 나를 보면서
마음 한 켠이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노라 했습니다.
순하게 살아야 할 때가 있고, 독해져야 할 때가 있는 줄 잘 구분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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