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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이별
    나의 글 2012. 12. 29. 13:18

    늦은 저녁 11시 10분 쯤,

    우리집 식탁에는 어김없이 빵 한 보따리가 툭 하고 던져지며

    둘째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다들 와서 빵 먹어."

     

    집 근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사장님이 싸 주시는 빵을

    꼭꼭 챙겨오는 둘째 때문에 적막한 밤 시간이 왁자하게 소란스럽다.

     

    마치 온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라도 다녀온 옛날 우리의 언니들 모습이 스쳐간다.

    지금에야 그 짠한 여운은 아니지만(그 때는 다들 살기 힘들었을 때여서)

    묘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을 아이들은 알까?

     

    반복된 삶에도 그 중독이 심하다.

    아이가 저녁마다 갖고 오는 빵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행여 빈 손으로 올 때면 "오늘은 왜 그냥 왔어?" 하고 묻는 나를 보면 말이다.

     

    둘째를 붙잡고 긴요하게  장래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매번 이런 요란함의 뒷풀이에 묻혀 하루 하루 그냥 넘기고 말았다.

    처음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옅어져 가면서

    아무런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려지게 되는 그 시간을 벌고자

    아이가 머리를 쓴 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결국 자신의 주장대로 꿋꿋이....

    과연 그 길이 탄탄대로일지, 가시밭길일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엄마로써 안타까운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을 붙잡고 싶어 안달인데

    나의 아이들은 엄마의 보호막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아이의 정시 원서를 쓰기까지

    영향력을 한 군데도 행사하지 못한 모자란 엄마가 되었다.

     

    이 중대한 기로에서 나는

    아이가 "엄마, 어떻게 하지?  엄마, 엄마 하자는 대로 할께."

    이런 가당찮은 감동을 기대했었다.

     

    깊은 상실감에 마음이 허전해도

    아이에게 어떻게 꾸짖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남편이 떠난 후 외로움은 순차적으로 색깔을 달리 해 가며

     이젠 아이들과의 이별에 적응해야 할 때인가 보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은 훨씬 더 가파른게 인생인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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