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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7일 오전 09:07나의 글 2012. 11. 7. 09:48
어제 내가 만나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을 나열해 보았다.
후배 은명이, 뒤늦게 시집을 가 쌍둥이 자매와 막내까지 세 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얻은 후배,
목소리까지 걸걸해져 나는 아줌마가 맞다고 외치며 "언니 이제 좀 괜찮아?" 한다.
그 간단한 안부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럼 괜찮아야지. 혼자였다가 잠깐 둘이 되었다가 다시 혼자가 된 게지."
헌주 엄마는 공무원인 남편의 정년퇴직을 대비해 전통음식을 배우러 다닌다 했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 표정으로 일관하는 남편의 잔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꿋꿋이 몇 년 째... 배우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긴다며.
"어디 폐백음식 할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줘"
결국 투자 비용에 비해 거둬 들이는 수확은 불확실한데도 무언가 해놓지 않으면 안될 중년이 되었다.
무리하게 빌라를 지어 놓고, 찬 바람은 불어오는데 한 채도 분양이 안 되었노라고, 웃음을 웃는 아름 아줌마
"잘 되겠지! 우리 집 잘 지었는데 사람들이 왜 몰라보는 건지, 보러 오는 사람들이 진가를 몰라 보는 것 같아.
구경은 많이 오는데, 다 그냥 간다. 돈이 없대"
사람들은 자기 안에서 객관적이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밖에서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려섞인 걱정이 태산인데,
정작 그 성의 주인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장갑 공장을 하는 은영이네, 하루종일 한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장갑기계에서 면장갑 포장하는 일을 하는 은영엄마는
"때때로 일 좀 그만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지만 먹고 사는 일이 포도청인지라 숙명으로 여기고 산다.
이보다 더 젊을 때 열심히 벌었으면 지금 쯤 돈 때문에 마음고생 좀 덜했을텐데, 세인이네처럼..... "
남편이 없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고독한지 보다 은영엄마는 돈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란다.
나의 언니 은혜 엄마,
밤늦게 퇴근하면서 우리 둘째 수능시험이라고 찹쌀떡, 쵸콜릿 두 상자를 안고 아파트 24층으로 올라왔다.
고급식당에서 주방관리를 하는 언니의 옷에선 온통 음식냄새, 날이 추워지니 손은 울긋불긋 사는게 고생은 고생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젊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모아놓았으면 편하게 살 줄을 누가 모르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큰 언니는 그런 언니를 걱정 반, 한심한 눈빛 반 그렇게 비난을 하지만 나는 안다. 누가 그렇게 살고 싶어 사는게 아니란 것을.....
언니의 주머니에 만원짜리 10장을 넣어 주었다. "언니 자동차 기름 값이라도 해."
싫다는 것을 억지로 찔러 넣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좋을 것 같아서.....
매상이 신통치 않으면 꼭 나를 불러서 "뭐 필요한 거 없어?"라고 얼굴을 내미는 야쿠르트 아줌마, 그도 50대 중반의 중년이다.
나는 그 아줌마에겐 VIP 고객이다.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마음도 불편하고,"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글쎄 편하게 펜대 굴리고 있는 것들은 이런 나의 상황을 몰라,
광주에 사는 올케네 오빠가 갑자기 사고로 죽었는데 막내 남동생이 말하기를
나는 사느라 바빠 못 갈 것 같다 했더니 사람 노릇 안 한다고 비난하는 거야.
어떻게 알겠어. 돈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은 무조건 게으르고 모자라서 이렇게 사는 줄 알아.
내 마음은 오죽 속상하겠어. 누가 그런데 인사치레 안 하고 싶겠냐구. 동생이 그러면 더 속이 상해."
그렇겠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그 복잡 미묘한 심경이 누구에겐들 없을까,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상처 받으면 내일 또 괜찮아 지기도 하고,,,,'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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