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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꿈
    나의 글 2012. 12. 23. 15:09

    아침 일찍 큰 얘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엄마, 나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거실에 있는 나무들이 시들어가길래 걱정을 하고 있었더니

    누군가가 옆에 와서 그러는 거야. 내버려 둬서 이렇게 된 거라고....."

     

    순간 "왜 지금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진작에 말을 해주지."

     

    나도 참 멍청하다.  미신을 믿는 것도 아니면서....  

     진작에 꿈 얘기를 들었으면 무슨 처방이라도 했을 걸 그랬나?

    그 꿈이 뭐라고 우리 인생에 지팡이 역할이라도 해줄 것을 믿고 싶었던가.

     

    남편이 아팠을 때도, 어머님의 꿈에 옥상에 모든 나무들이 다 시들어 죽어 있었다 했다.

    훗날 들은 얘기지만.....

     

    그래서 꿈일지라도 섬뜩한 것이다.

     

    "엄마, 아무래도 그 꿈이 수련이(둘째)에 대한 것 아닐까? 

    정시 원서도 써야 하고, 성적은 생각처럼 안 되고,

     그 자존심에 말하기 싫으니 자꾸 우리와의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거고.... 

    계속 이렇게 집에서 소리가 커지는 게 중재할 어른이 부족한 탓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오늘 우리 셋이 할머니와 고모랑 만나서 저녁 좀 먹고 올께요.  어떤 해답이 나오겠지요."

     

    수능점수가 발표된 이후 계속 우리집 분위기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서로 자기들의 입장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아빠와의 슬픈 이별을 겪고 난 후의 아이들이 급히 성숙해져서 그냥 지나가려니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내가 겪고 지나가야 하는 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

     

    도통 모르겠다.  내 아이들일진대 엄마로써 이렇게 통솔력이 부족할 수가.....

     

    마음이 답답해 남편 친구네 집엘 들렀다.

    앞으로의 우리들 앞에는 즐거운 일 보다는 우울한 일이 훨씬 많이 자리할 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휴대폰에 실려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더니 며칠 전 꿈에 왔다 갔단다.

    "오늘은 일찍 안 가냐? 그러니까 오래 있어도 돼." 그러면서.....

    우리들 꿈에는 절대 안 나타나는 사람이 그래도 친구한테는 보여지는구나.

     

    꿈이란 것이 걱정스럽고, 마음이 많이 약할 때 꾸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그날 이후로부터 정말 많이 울었던 오늘 아침,

    속이 좀 후련해졌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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