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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는 번개도 거들어 찌르르 한번쯤 겁을 주고,
벼락은 또 어떻고.....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우르릉 쿵쾅 괴성을 지르며
제 몸 불사르기에 사정도 없다.
그대로 쏟아질 폭풍우라면, 우선은 가림막이 무슨 필요고,
간절한 햇볕에 대한 갈망이 무슨 소용인가?
아우성 속에 진정을 바라기는 가능에 속하지 않는 일이다.
그대로 두는 것, 힘이 빠져 숨이 죽기를.....
제 몸 속에 반란을 주체 못해, 뒤틀고 뒤틀리다 기어코 역류하듯 뿜어낸 분노.
너만 그러냐, 나도 그렇다는데,
이럴 땐 눈물의 호소도 가치가 없단다.
조용히 물러서는 것,
늦게 배운 도둑질, 나의 주량은 청하 세 잔으로 낙찰되었다.
그 세 잔을 마시고, 밤이 늦도록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있었다.
새벽 한 시,
무심한 아이들은 거실이며, 방이며 모든 공간의 불을 차단시키고 잠이 들기라도 했나?
올려다 본 나의 집은 적막, 흑빛, 암울 바로 그것이었다.
폭격이 멈춘 전쟁터에 뽀얗게 올라 오는 연기,
이제 곧 평화를 말할 시간? 그럼에도 아직은 이르니 더 두자, 더 두고 보자.
헛기침 한번 세게 하고, 현관문을 열고 거실이며 주방이며 온통 불을 밝혔다.
둘째가 제 방 처럼 사용하고 있는 안방을 열어 정말로 잠이 들었는지 슬쩍 살폈다.
숨조차 멈춘 듯, 미동도 없이 눈을 꼭 감고 있다.
이 시간까지 엄마가 안 들어왔는데, 어디냐고 묻지도 않는 괘씸함에 분노?
그것은 안 되는 일이다. 과도기를 지나 우리가 한발짝 성숙해지려는 순간,
이 시간들이, 이 반란이 감사하기도 했다.
파장 없는 고요만이 가치를 제대로 부여하는 삶이란 무의미한 것이다.
이 또한 우리가 지나쳐야 만 할 삶이라는데....
한바탕 소란에 부끄러워 말자.
사람 사는 세상, 누가 우리를 신처럼 살라 했나? 사람 사는 모습 다 그렇지.
부모 자식간에 시시비비 가릴 것이 무언가?
지내온 삶, 그 모두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님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영특함으로, 뻘쭘한 침묵....
섣불리 마주 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란다.
대화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이렇게 있더군.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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