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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엄마! 다녀올께요......
    나의 글 2014. 1. 3. 10:46

    아침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읽어 주는 편지글 중에

    곤히 주무시는 어머님의 방문을 살짝 열고

    "엄마 다녀올께요!"  출근 인사를 하는 오십 넘은 남편과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배웅을 나오는 팔십 중반의 어머님의 자식에 대한 염려.

     

    그 애틋한 그림이 연상되는 순간

    나는 신호대기 중, 정지선에 서 있었다.

    까닭없을 눈물이......

     

    어른으로서의 역할, 

    부모로서 해내야 할 일,

    나는 지금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오십이 넘은 나이라지만 여전히 마음은 저 아래 어릴 적 마음에서 머물 때가 많고,

    난데 없을 소란스러움에서 헤쳐 모여를 적절히 대입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늘 신호대기중인 상태로,  그런데 누가 보듯 이런 내가 어른이란다.

     

    곧 녹색 불이 켜지면 좌회전을 하든 직진을 하든

    뒷 차의 호통에 밀려 그대로 미끄러지며 앞으로 전진을 해야 하는 것이

    떠밀린 선택이 되었더라도 그것이 최선이라는데,

    이만큼 오고 나서 뉴턴을 한들

    역시나 같은 선택일 것은 지금의 나이라서 가능한 나의 위로다.

     

    지난 연말, 열 시를 넘겨....

    케잌 한 상자, 김 한 상자, 바나나칲 과자 두 봉지, 결명자차 한 봉지 등등을

    식탁 위에 얹어 놓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사라진 큰 아이.

    집에서 나간 지 일주일만의 복귀.

    그럼에도 해를 넘겨선 안 되겠다는 그 생각은 잊지 않았던 게지.

     

    그래서 조용히 두었다.

     

    엄마라고, 조금 더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 같지만,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미숙함으로....

    알 수 없을게 인생이라는데 뾰족한 방법을 모르면

    가만히 두는 방법 밖에 없음을, 그렇다고 속상했다거나,  애가 타지도 않았다.

     

    너 왜 그랬느냐고,  큰 언니가 되어 가지고 그럴 수가 있느냐고 묻고 따질까?

    그 또한 생각해 보자니 마땅치 않았다.

     

    싸움의 원인인 둘째는 벌써 다 잊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성격이 큰 아이 자신이라는  데 어떤 이유로 다그칠 것인가?

     

    언니가 고모에게서 가져 온 과자를 낄낄거리며

    맛나게 먹는 두 아이와 성향이 많이 다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해답은 얻었다.

     

    다른 집 큰 딸 같으면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저리 해선 안 될 것 같다고

    참으로 별나다는 편견 또한 긴 침묵으로 해결되어질 수 있다면....

     

    새해 아침이 되어 떡국을 끓였다.

    여전히 침묵 시위를 풀지 않는 큰 아이 것은 내버려 두고,

    국 그릇 세 개를 줄 세워 푸면서 넌지시 막내에게 수저 좀 놓으라 했다.

    "엄마 것, 둘째 언니 것, 내 것,  그리고 큰 언니는 어쩌지?  나올라나? 언니 어서 나와.

     대답이 없네.  카톡으로 해야겠다."

    그럼에도 수저와 젓가락은 네 짝이 온전히 놓였다. 

    혹시나 서운해 할 수 있을 그 공백을 비워두면 안 될 것처럼, 막내는 참 다정한 아이다.

     

    막 수저를 뜨는데,  큰 아이가 소리없이 나와선 식탁을 쓰윽 훑는 모습이....

    난 고개를 숙이고 모른체 했지만, 

    별 것 아닐 수 있을 그 자리의 공간에 대한 섭섭함이란

    다른 오해를 또 낳을 수도 있었는데 큰일 날뻔 했다.  막내가 아니었으면.

     

    자기 몫의 떡국을 떠서 조용히 먹고는 다시 사라진 큰 아이.

    그 또한 빠져선 안 될 자리를 의식했던 게지.

     

    사람과 사람간의 간격에도 맞는 궁합이어야 가까와질 수 있는 것,

    그렇지 않다면 극구 강요해서 붙여 놓을 필요까지야 없음을

    나는 이 나이 들어서 알아냈다.

     

    안 될 것을 붙잡고 불협화음으로 억지논쟁을 벌이느니

    이대로 때를 기다리는 것 또한 최선이라는 것까지...

     

    아이가 들고 온 생크림 케잌. 

    고구마 케잌이나, 치즈케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맛이 없다며 손도 안 대었던 케잌 상자를 열어 보았다. 

    유통기한에 유난히 민감한 요즘 아이들의 배부른 교만에도 불구하고

    원래 케잌을 좋아하지 않지만 반 쪽을 잘라

    점심 식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예민한 성격의 아이는 줄어들지 않는 케잌조차 예사로 여기지 않을터이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자니,  인생이 이런거랍니다.

    나만 갖고 있는 고통이라고 괴로울 것도 없다는 그런 인생을

    오늘도 또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모양,  참 재밌기도 합니다.

    다시 봐도 나와 큰 아이는 맞지 않는 궁합이지만

    자식이니까,  그 아이 눈에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로

    그냥 가는 겁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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