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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내의 해탈사진방 2013. 10. 4. 08:58
아내의 해탈 아내가 소녀 시절엔 얼마나 결벽했던지 남의 집에 가서도 자신의 숟가락이 아니면 통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니 여타는 말을 안 해도 짐작이 간다 성미가 까다로워 아무나 사귀지 않았고 구미가 까다로워 아무거나 먹지 못했다 그래서 처녀 시절 아내의 별명은 '쌩콩'이었다고 한다 아내가 젊었던 시절 우리 집 걸레는 늘 백옥처럼 희었다 사흘이 멀다고 삶아 대니 제가 어찌 검을 새가 있었겠는가? 그러던 아내에게 언제부턴가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머리털이 세고 치아가 부실해지던 무렵부터였으리라 화장실 문을 개방한 채 일을 보시는가 하면 식탁, 안방 가리지 않고 틀니를 함부로 빼 놓으신다 이젠, 성스러움도 수줍음도 다 털어 버린 해탈 여장부가 되셨다 그런데 한 가지 곤혹스런 일은 가끔 주어主語가 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물론 당신께서야 잘 아시는 내용이지만. *딸애가 지나다 기겁을 하고 문을 닿으면 갑갑한데 왜 닫느냐고 야단이다. 네 살짜리 손주 애가 이를 보고 마귀 이빨이라고 놀려 댄다. '아무개가 어떠어떠하다.'고 얘기할 때, '아무개'가 누구 인지는 밝히지 않고 '어떠하다'고만 말하는 생략 어법. - 임보 시집 < 아내의 전성시대 > 2012
글 - 임보
그림 -차명주
출처 : Kwang & Jung`s Blog글쓴이 : Kwang & Jung 원글보기메모 :'사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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