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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나의 친구는.....
    나의 글 2013. 9. 26. 14:24

    이번에도 난 많이 울게 될까?  낯선 얼굴로 웃고 있을 영정 사진 앞에서....

    친구 어머니의 문상 가는 길,

     

    지난 5월,  99세의 연세로 세상을 뜨신 분의 장례식에 참석해서는

    호상이라고 웃는 그들 가족 틈에서

    어쩌라고, 사흘 내내 눈물바다를 이루며 물렁했던 내가

    쌀쌀한 가을을 등에 업고도 이번 슬픔 앞에선 담담하게 앞장을 서게 되다니...

     

    내게도 남편이 아직 있었다면 어제 같은 날,

    분명히 다른 핑계를 댔을 것이다.   얘들도 챙겨야 하고,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늦은 저녁 분당에서 포천까지는 분명 먼 거리였다.

     

    얼떨결에 연락을 받고선,  대중교통은 너무 시간이 걸려서 안 될 것 같으니

    내 차로 가 볼까?   카톡에다 왜 그리 쉽게 던져 두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함께 한 후배가 묻는다.

    "언니, 어떻게 그리 단번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 나처럼 이런 상황이 되어 있으면 그냥 쉽게 그리 돼.

     

    절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에게 대신 미루어 잘 다녀오라던 친구들의 부의금 봉투에

    각자 이름을 적고, 네비게이션 지도가 이르는대로 출발을 했다.

    참석하진 못하더라도 통장으로의 계좌이체는 얼마나 편리한 인사법이던가.

     

    우리 둘은 지금부터 핑계김에 아름다운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이런 일이 아니면 언제 만나게 될지,  쉽지 않잖아.

     

    후배의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내 슬픈 얼굴을 보았던 때가 아닌,  그 이전의 얼굴이 되어 있다며 참으로 다행이란다.

     

    "언니, 내가 이런 말 해도 되나?  지금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언니도 이제부터 신나게 살아. 

     남자친구도 사귀고,  남편과 사별한지 10년이 지난 00언니도 최근에 생겼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정말 잘 되었다고 응원해 주었어."

     

    00언니, 나와 같은 나이의

    10년 전에는 남편을 잃었고, 5년 전에는 동생을 떠나 보냈고,

    이제는 팔순의 어머니를 떠나 보내게 된 기막힌 심정의 친구.

     

    그녀는 언제나 씩씩했다. 

    남자가 무슨 필요냐고,  높은 구두가 걸리적 거린다며 운동화를 신고 뛰고 날던, 선머슴으로 변해버린 친구.

    그럼에도 살다 보니 남자의 역할이 아쉬울 때가 있었단다.  아주 가끔씩.....

    그녀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왜 그리 반가운 것인지,

    우리같은 마음은 다들 나는 아니더라도 너만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고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언니.  절대 합치지는 않고, 가끔씩 만나기만 하는 거래.

     얘들도 원치 않고,  필요한 부분만 채우기로 했대."

     

    더 이상의 순정은 이 시대에 용납하지 않을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너무 똑똑해서 탈이다.

     

    적당히 반 발짝만 담그고 그 이상은 절대 넘어가지 않기로 다짐을 두 번, 세 번 하는 영악함.

    무모함 뒤에 남을 상처까지 계산 속에 넣었으니

    자지러지게 웃어야 할 웃음도 적당히 간격 주어진 만큼만 소화하면 그 뿐.

    진정한 사랑은 인생에서 한 번으로 족할 것임을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을 때도 있다.

     

    나이도 들어 누가 뭐라 할 수 없게 어른이 되었건만

    사는 일에 자신이 없어진 소심함은 꼬리표를 달고

    맘껏 질르며 사는 것을 어찌 그리 겁내는지.

     

    내 얘기가 아니라고 꽤나 용감무쌍하게 안타까움을 표명하였지만

    적어도 그리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행복을

    거부하려고 부단한 노력까지야 하지 말았으면 정말 좋겠었다.

     

    나, 참 많이 방탕해졌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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