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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당한 나이
    카테고리 없음 2013. 8. 13. 12:46

    윗층 할머니가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중이다.
    재활용 가방을 접다 말고 요즘 병원에 다니느라 많이 힘들었다는 말씀을 하신다.
    14년 전, 마흔 여섯의 아들을 보내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난단다.
    심장마비로...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 없이, 내 중심만 잘 잡고 지금처럼만 살면 돼.
    아주 잘 하고 있는 거야. 사람이 사업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하지. 그렇다고 돈을 좇아 집착해선 안돼.
    사람이 너무 차갑게 굴어서도 안 되고, 내 하는 일이 그저 남편이라 생각하면
    어떤 유혹에도 견뎌내 지는 거지.
    난 아침마다 사무실을 들여다 보게 된다. 아침 일찍 역시나 열려 있는 일터를 보면서
    우리 며느리를 생각하곤 해. 꿋꿋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사업이란 걸 모르고 산 무지랭이지만 평생 살아온 굴곡으로 비추어 보면 인생사 별 것 없어.
    중심을 잡고 내 생각으로 꿋꿋이 가는 거야. 누구의 말 듣고 가다 휘청거리는 사람 많이 봤어.
    그때 사무실 문 앞에 인쇄되어 있는 글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
    여기 우리 며느리 같은 사람이 또 생겼구나?
    물어 볼 수도 없고...... 그래서 곧 문 닫을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씩씩하게 버티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어. 꼭 붙잡고 있어. 일을...."

    한참을 듣다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할머니의 눈 자위도 벌겋게 적셔져 간다.
    "울지 말아. 애기 엄마 나이가 딱 좋아.
    너무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일하기가 가장 좋은 나이란 말이야.
    적당히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테고, 흔들릴 사람 같으면 벌써 일이 났지.
    지난번 인간극장 보면서 내내 생각했어. 같은 사람이 나왔더라구. "

    눈물은 적당히 흘려 줘야지. 고여 있는 것을 밖으로 뿌려 내고 다시 새 것을 채우려면....
    언제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적당히 나타나 위로로 마음을 다잡게 해 주는 사람들,
    주변 어른들에게서 사는 중 위로를 듣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적절한 시간에, 받아들일 귀를 열어 놓는 나,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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