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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머그컵?
    나의 글 2013. 7. 25. 11:26

    아침 내내 찾아 헤맸다.

    머그컵 하나,

    사무실에 도둑이라도 들었나?

    어제 하루동안의 동선을 기억해 내 걸음을 이리 저리 옮겨도 보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컵을 들고 혹시나 자동차에라도 갔던가 해서 그리로 가 보았건만

    역시나.....

     

    소중한 컵 하나를 잃어버렸다.

    아니, 어제 오후의 일상 전체가 송두리째 날아가고 말았다.

    기억에서 사라진 것은 극히 일부를 소멸한 것이니,

    괜한 분통은 무의미 하다.

     

    다 접어두고 은행에 가서 세금이나 내고 오자.

    오늘이 25일 아니던가.

     

    언제나처럼 안에서 느끼는 세상과 하늘을 이고 바라보는 세상은 참 다르다.

    기분전환이 별 거던가.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오자.

     

    무수한 세상 구경을 통해 드러내 놓을 것이 많은 사람이나

    작은 세상 전부라 여기며 부대끼는 사람들 속에서 세상을 엿보는 묘미나

    오십보 백보일 테지.

    애써 무식한 발상으로 나를 업 시킨다.

     

    일일이 메모하지 않고도 처리 가능한 나의 기억력에 대한 존경은

    어느날 이렇게 쓸쓸히 퇴장하려는가.

     

    은행 일을 보고 돌아왔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  머그컵이 없어서 그만 두었던....

    일회용 종이컵에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눌러 내렸다.

     

    이런?  왼쪽 뇌 어딘가에서 툭 치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기억이 되살아 났다.

    하필 이 순간 기억이 되살아 날 건 뭐람.

    고마워야 하는데 짜증이 나려 한다.

     

    삶은 언제나 그 찰나에 생과 사를 접하고

    슬픔과 기쁨도 동시에 발산되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지.

     

    기억이 돌아왔지만 그 반응을 늦추었다.

    종이컵의 물은 이미 가득 찼고,

    나는 역시나 일회용 커피 맥심을 털어내 휘휘 저었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섞어 천천히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알았으니 급할 것이 무언가.

    애쓰면 애쓸수록 꼬이는 것에 비해

    한발짝 물러서 무심코 있으면 내게 달라붙는 작은 행복

    나는 무척 행복하다.

     

    전자렌지에 들킬까 숨어있었던 머그컵이

    왜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비로소 기억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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