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 비 그리고 데이트나의 글 2013. 7. 14. 18:14
여름이라 자정까지 영업을 하길래
마감시간 30분을 앞두고 집 근처 롯데마트엘 갔다.
대전에서 하숙생활을 경험한 둘째는 집에 오니 좋은 점을,
그곳에선 계란후라이 하나를 해 먹으려 해도
계란이 있으면 후라이팬과 식용유가 없고,
김치볶음밥을 해 먹으려면 후라이팬은 있는데 김치와 밥이 없고....
언제나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그냥 접고 대충 떼우기 일쑤였지만
나의 집에선 원하는 무엇이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있더란다.
그럼에도 밤이 되면 잠을 설치게 된다니, 참....
어느새 그곳이 잠자리가 익숙한 제2의 고향이 되었을 섭섭함.
반드시 꼭 사야 할 것만 장바구니에 챙겨 나오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은
기죽지 않기 위해 꼰두발로 지탱하는 엄마를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예의 같기도 하다.
이번 여름, 유난히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순간 이야기 거리를 삼아 공허한 시간을 빠르게 돌려대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우중충한 지루함....
아파트 앞, 학교 앞 곳곳에서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더니
드디어 한 마리가 밖으로 튀어 나왔다.
나는 눈 앞에 개구리를 발견하기 전까진 분명 음향효과로 저렇게
개구리 울음을 엮어내는 줄 믿었었다.
둘째가 스마트폰을 가까이 갖다 대고 개구리의 출현을 저장하고 나섰다.
비내리는 저녁, 비와 개구리는 마침 어울리는 모델이다.
큰 아이는 이곳 익명방, 재혼에 관한 내용을 읽고 엄마의 의견을 묻고,
작은 아이는 "엄마, 한동안 지금 이대로만 유지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딱 이만큼만..."
아빠의 부재로 생각이 많아진 아이들은
스마트폰 안에 숨겨진 엄마의 마음을 뒤적이는 궁금증을 발휘한다.
비밀번호로 채워둬야 하나? 나도 그들처럼...
"나이 들어 자꾸 머리카락이 빠졌어도
아빠는 참으로 깨끗하게 늙어갈 것이었는데."
"처음 이사 올 때 보다 편의시설이 꽤 많이 들어선 것을 보았다면
아빠는 지금쯤 어떤 말을 했을까?"
아이들은 사소한 대화 중간 중간에 아빠를 끼워 넣는다.
그리고는 에휴, 참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포기를 하면서....
그 안타까움은 엄마 쪽이 더 무거운지,
아이들 쪽이 더 무거운지 알 바 없이 그렇게 허탈하게 흩어지고
흔적 없을 아빠의 하루는 다시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기를 몇번,
애써 기침 한 번 세게 시늉을 한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만남 (0) 2013.07.16 [스크랩] 낯선 일상 (0) 2013.07.15 [스크랩] 다짐 하나 (0) 2013.07.13 [스크랩] 어떤 날 (0) 2013.07.13 [스크랩]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0) 201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