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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면
서서히 채워지는 결핍으로의 탈출같은 뜨거운 열정은 없었으리라.
비 내린 오후 ....
물 먹은 쑥은 유난히 키를 키웠다.
무릎만큼 자란 쑥 잎을 뚝뚝 끊어내면서
이번엔 쑥설기를 해볼까? 쑥절편이 더 맛날까?
그리고 쑥 떡을 보면 좋아할 얼굴들을 하나 둘 각인시킨다.
서 너 시간 쉬지 않고 힘들인 성과만큼 바구니 가득 쑥이 채워졌다.
재보지 않아도 이 정도면 쌀 한 말 양은 될지를 가늠한다.
사서 먹는 일이야 얼마든지 쉽지만
나의 쑥 사랑은 아주 오래전부터 ....
어릴적 엄마가 태능 배밭에서 몇 푸대씩 꾹꾹 눌러 담은 쑥들을 채워서
떡 집에 갖다 주고 나면 8천원 정도를 일당으로 벌어 오곤 했었다.
지금 내 나이쯤?
지금처럼 일 할 곳이 마땅찮은 시절이라서
궁여지책으로 택한 일거리였음에
나는 그 시절의 쑥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지금껏 쑥을 사랑한다.
쑥 푸대 속에 간간이 들어있던 상처나서 떨어진 배 몇 개가
어찌 그리 달았던지...
간식거리 흔치 않았던 때라서 몇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선 속이 훑어내려 고생했던 기억까지
한꺼번에 소환되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나다가 활짝 핀 예쁜 꽃보다도
지천으로 수놓아진 쑥무리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오랜 그리움의 전부이다.
2023. 5. 28.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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