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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노후
    카테고리 없음 2022. 1. 11. 13:24

     

     

     

     

     

     

    일상의 기적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   -  중략

     

    2022년 새해 들어서 처음 만나는 식사 자리엔 안나 언니네와 함께였다.

     

    동네 단골식당 벽돌집에서. . . 

    새해를 맞아

    68세 71세가 되어진 부부는 식당 문을 들어서자 마자

    "어휴 지겹다. 하루종일 세 끼씩 밥을 챙기려니 지겹고도 지겨운데

    그 세월이 삼십년째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저 인간이 스트레스로 꼴도 보기 싫던 차에

    강회장이 불러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나는 속으로 결혼생활이 사십년이 넘었을텐데 왜 그 세월일까 물어보려다

    그만 두었다.

    중간중간 외지 근무 세월은 제하고 정말 함께 한 세월동안만

    계산 속에 둔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편협한 마음만 늘어서 그 폭은 섬세한 실처럼 가느다랗게

    분석만을 일삼아지는 모양이다.

     

    참 신기한 것이 컴퓨터모니터를 새 것으로 바꾸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마주 앉고 나니....

     

    스마트폰의 작은 세상과는 전혀 다른 신천지와 같았다.

     

    새 컴퓨터를 구입하고 삼년 된 것을 그가 내게 선물로 준 32인치 컴퓨터는 

    60 생애에 처음 선물인양 희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나는 소유물에 대한 욕심을 말하라 치면 

    꼭 갖고 싶은것도  별로 없어서 

    엊그제 막내가 식기세척기 선물을 한다 해도

    아니면 값비싼 머플러는 어떤지를 물어도 다 내키지 않았는데

     

    커다란 화면을 마주 하니 마음 속 표현이 절로 춘다.

     

    나의 가장 행복한 세상은 목말랐던 감성을 밖으로 끌어내 

    글로 표현하는 이 시간들이 아닐까 싶다.

     

    기억의 저편에서 스멀스멀 나의 감성이 재탄생되어

    이보다 젊은 날로 나를 살려낼 듯 하다.

     

    시절이 어수선해서 모두가 잠잠한 시절로

    경기도 침체되고 벌이는 바닥이지만

    나는 여전히 가진 것이 너무 두둑하다.

     

    2022.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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