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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함을 뒤로 하고 봄비는 차분하게도 내렸다.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세인과 언쟁을 벌이고
집을 나서자 마자 마음이 아플 이 후회는 뭐하러 하는지...
매번 상극인 것처럼 세인과 나는 조심스럽다.
행여나 어긋나게 말하게 될까 입을 다물게 되면서
애꿎은 TV 드라마를 섭렵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안방에 갇혀 있는 느낌이 너무 싫어 거실로 나온지
벌써 한 달을 넘겨났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전기장판도 깔아놓고,
걸인이 돗자리 하나 펴고 앉아 있는 모양이어도
이 자리가 좋은 걸 어쩌나.
편하게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나는
늘 피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아직은 건강을 자신할 자만함에 빠져
되도 않은 억지를 부리곤 한다.
세인에게 괜한 화풀이를 해서 미안했다고 전화를 해보려니
아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아니야, 엄마가 미안해."
이런 상황이 오늘이 늘 마지막이라 해놓고
다시 반복되어도
또 마찬가지겠지만.... 큰 얘와 나는 시소타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