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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옮겨져 온 부추는
하룻날 베란다의 햇볕을 받아 시들한 듯 하더니,
이내 누렇게 뜨고 말았다.
약을 치지 않은 노지 부추는 잡초와 어우러져 크느라
부추 반, 잡초 반이라
다듬으면서 뽑기가 한참 더딜것 같았었다.
일단 낫으로 베어내 가지고 와서
한가한 시간에 다듬으려 했던 것인데.
고작 하루,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애쓴 수고가 무색하게 되었지만
대순가?
미련이 남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제 수명이 다 한 것일진대 무슨 집착인가?
사람이나, 생명을 가진 다른 무엇이었든간에.
제대로 챙기지도 못할 거면서 괜한 욕심을 부렸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과감히 버렸다.
사실 손쉽게 사 먹자면 2천원어치 쯤.
싸안고 있던 시간동안에
그것은 놓치면 안 될 보물 같았지만 버리고 나니,
그 또한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영양분의 공급이 멈춘 이후엔 맛 가는 시간 또한 무척 빨랐다.
2015년 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