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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일!
    나의 글 2015. 2. 22. 17:49

    박박  문질러 소금기를 없애고

    참기름에 달달 볶은 후 끓여내면 맛나디 맛난 미역국이 될 것인데,

    어디 내가 가르쳐 준 적이 있어야지.

     

    엄마 생일이라고 스테인레스 냄비에 다글다글 끓여낸 미역국.

    열일곱 막내의 솜씨라 했다.

     

    엄마 들어오는 신호에 맞춰

    막 끓이기 시작한 미역국엔 소금기가 그대로 있었다.

    짜다 못해, 소태처럼 쓰기까지......

     

    고맙다!!!!!

     

    맛이 있고 없고는 크게 문제될 이유가 아무데도 없다.

     

    단단한 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불과 얼마 전의 시간에 비하자면,

    이보다 더한 감동이 또 어디 있을까?

     

    "엄마다!"

     

    죽도록 미운 엄마에서 반가운 엄마로 회생되어지기까지

    그래도 그리 긴 악몽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엄마의 말투, 눈빛, 행동 하나하나를 시시때때로 감시하며

    적대감 가득했던 열일곱 막내가 이제는 웃는다.

     

    자신이 끓여 놓은 미역국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를 확인까지 하면서.

     

    물을 한참 더 붓고, 마늘을 더 넣으면 심심해질까 해도

    한번 짜게 된 맛은 돌이킬 수가 없다.

    애초에 싱겁게 했으면 좋았지만......

     

    "엄마, 생신이라 끓여 봤어요!  선물은 없네요."

     

    - 엄마를 이렇게 이해해 주는 것보다 좋은 선물은 없지.

      아직은 어렵다는 거, 왜 모르겠니?  엄마는 엄마대로,

      너희는 너희대로 따로 또 같이 사는 것도 삶이다.

      가족이라고 반드시 몸과 마음이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일 만으로도 삶의 큰 수확이 아닐까?"

     

    엄마는 이따 회도 먹고, 케잌도 먹을 거란다.  

    같이 하면 좋지만, 아직은 불편하지?

    지금처럼이 어쩜 딱 좋기도 해. 

    "엄마, 가셔서 많이 드세요."

     

    아이들의 그 말에 진심이 가득 들어 있다.

    잠시 잠깐의 침묵을 비껴가는 방법에도 잘 익숙해 가고 있다.

    그리고 멋쩍은 웃음으로 시선 돌리는 일까지.

     

    "엄마, 잘 가요!"

    - 그래, 엄마가 케잌 갖고 올께.

     

    *****

    분에 넘치도록 소중한 사람이 되어,

    회 한 접시를 비우고 케잌에 밝혀 놓은 촛불을 후욱 불어서 껐다. 

    키다리 초 다섯개, 그보다 작은 초 세 개.

    내게 케잌을 선물한 서른 넷의 승호는 나이에 비해 엄청 동안이다.

     

    자신에게 이제 유일한 핏줄이 된 아버지,

    그 분의 말을 차마 거역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아들은

    어느 때부터 아버지가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했단다.

     

    어느날부터

    아픔의 시절을 철저히 학습하듯 겪었던 우리는 서로에게 동지가 되었다.

    그럼으로 더 많이 웃고, 더 기쁘게 살고자 애쓰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관계를 이루게 된 주변의 사람들을 비롯해서.

    착하게 사는 일은 더 모르겠어도

    긴 인생이 무엇인가?

    그냥 편한 마음으로 바라 봐 주며 감사한 하루,

    그렇게 가는 삶만 알 뿐이다.

     

    2015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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