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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나의 글 2014. 12. 18. 15:25
산 쪽 담벼락에 걸려 있던 현수막 하나가 방금 전까지 보이더니
어느새 없어져 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출근한 관리소장이 영문 모를 얼굴로 되묻자
동 대표가 하는 말이
"재건축 승인 허가 났다고, 또 거짓말 하는 거지.
조합장이 잡혀 갔는데 허가는 무슨 놈의 허가?
다시 조합을 결성해야 되겠구만, 이젠 다 틀렸어. 재건축이고 뭐고 물 건너 간 거야.
다들 속고 속이는 세상을 살아. "
관리소장이 출근한 것은 딱 보름만이었다.
병원치료 때문이었다고 그럴싸하게 둘러댔지만,
내게만 살짝 일러준 경비 아저씨 말로는
곤란한 일만 생기면 해결할 생각은 않고 내 뺀다나?
물론 다 믿는 것은 아니라 쳐도 그런 성향 쯤은 일찌기 눈치 챘었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 보는 눈은 얼추 비슷하긴 하다.
다만 내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 별 다르게 보지 않을 뿐이지.
오래 된 아파트라서 한동안 재건축을 빌미로 수천만원씩 호가가 치솟기도 했지만,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세월동안
이젠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될대로 되란 식이 되어진 이 곳에서
머문지도 어느새 15년이 넘어간다.
물론 거주 목적이 아니라, 내 벌이의 수단으로
그럼에도 내겐 참으로 고마운 곳이다.
초라하기 이를데 없어도 마음이 편하면 되었지.
이 곳이 딱 그랬다.
한동안 자리를 비워 속이 탈대로 탔던 그들이
없을 땐 그토록 비난을 하더니,
막상 그 자리를 채우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듯 안 그런 척 웃느라 난리다.
말 벗 생긴 반가운 마음이 우선이라 미움마저 달아난 모양이다.
누구라도 말 푸념을 받아칠 사람이 필요하긴 하다.
하룻동안 풀어내야 할 단어가 4천8백이라는데.....
재래시장 옆에 잠시 주차를 해 두었다가
과태료부과대상 차량 딱지가 떡 하니 붙어 속상한 이야기,
그래서 재빠르게 담당 직원이 까먹기 전에 억울한 내용을 소상히 적어
팩스로 보내면서,
이것도 심사에 통과해야만 4만원 버는 일이라고 웃었다.
사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가슴앓이 해 보았자 소용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최선을 다 하고 나야 미련이 남지 않을
몸에 밴 지독한 습관은 어쩔 수 없다.
돈 때문만은 아니다. 하루 중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싫을 뿐이다.
그저 무사한 하루가 간절한 이유.
기온은 급강하로 추운데, 바람이 없어 덜 춥다고 느껴지는 날....
속옷 매장에 들러 히트 발열내의 두 벌을 샀다.
기능성 내의가 나오면서부터 면으로 된 소재는 이제 인기가 없다나?
주인 여자가 그리 말했다.
나 또한 그런 것 같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겉 옷 두 어겹 껴 입는 것보다 든든한 속 옷 한 장이 훨씬 낫다는 것을
이제사 깨닫는다.
죽는 날까지 알고 가야 할 삶의 지식엔 끝이란 없다.
2014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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