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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침마당여행 이야기 2014. 4. 20. 11:18
경멸하면서도 슬그머니 보는 TV프로가 하나 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함께 시청하는 사람도 없건만
야한 동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조심스레 낯을 가리고
두 눈만 살짝 드러내면서.....
수요일 아침이면 5,6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제2의 인생을 스스럼없이 외치며
못다 한 반 평생 기어코 행복으로 채우겠다는 결의가 눈물겹기까지 한,
그들은 남은 생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초 긍정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다 살았다는 생각을 가슴에 은장도처럼 품고 다니는데
그들은 희희낙락 애쓴 후의 보답은 과감히 챙기고 갈 거란다.
물론 일정한 심사를 거치고 나왔으니 거기 나온 여자나 남자들은
재주도 많고, 성격도 좋고, 인상 또한 괜찮고,
관상을 보는 여자는 출연자들을 향해
그저 좋은 말만 연발해 과연 저 말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혼자 살아도 걱정 없을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건 분명하다.
그 중 한 여자는 곧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여자의 딸이 자신의 빠른 선택에
곱지 않은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그도 곧 이해해 줄 것을 믿는다면서 입이 귀에 걸렸다.
스물 한 살 때 만난 첫사랑이라 했다.
남편이 떠나고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마침 아침마당에서 만나게 되었다며
하늘이 다시 이어준 운명이라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방송에 출연하자 마자 가방 싸 들고 남자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테지.
이금희가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을 빠르게 하게 되었느냐고, 물론 첫사랑이었으니 생략할 부분이 많아 그랬겠지만...
"예, 남자의 어머니가 전화로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 하길래... 예, 어머님 알겠습니다."
오십 후반의 여자가 엄청 쑥스러워 했다. 사랑이 저런건가?
보는 내내 오글거려 죽겠더구만...
그 방송을 본 몇 몇의 엄마들이
아마도 얼마 못 갈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인연인가 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조용히 깨끗이 살다 늙을 것이지 왜 그러냐는 사람도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뭐라 하기 전에 더 큰 소리로 흥분한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
나 같은 사람은 그럼에도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을
"꾸역꾸역 첫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라니.... 오히려 찾기 싫을 것 같은데"
괜히 그들 사이에서 나는 남편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다.
2013. 8. 3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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