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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언 베이로 물놀이를 떠나는 둘째,
새벽 다섯시부터 빨리 밥을 하란다.
유부초밥 싸가기로 했으니 새 밥이 있어야 겠지.
밥통 속의 밥은 좀체 줄지를 않았다.
먹을 사람 없으니 밥 좀 그만 하라 해도 모르고 자꾸만 한 솥을 하게 된다.
며칠 두면 누렇게 변할 걸 알면서
오래 된 습관은 밥통이 비워져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아이들이 다시 잔소리를 시작한다.
"엄마, 이러다 버리는 게 더 많겠다."
누구에게든 듣기 싫은 잔소리를 이젠 자식들에게서 듣는다.
- 그냥 버려. 아깝다고 두지 말고.
아이들은 이런 나를 일컬어 살림 못하는 엄마라 걱정한다.
십여분 더 방바닥에 뭉기적거리려다 벌떡 일어났다.
누렇게 변색된 밥통 속의 밥을 과감히 쏟아 붓고
새로운 밥을 지어내려......
아까운 것이 어디 이 뿐인가.
그럼에도 묵은 것은 정말 입에 대기 싫은 것을....
여섯시 반에 광역버스를 타기로 했다면서 서두르지 않는 아이의 속내를 뻔히 안다.
엄마가 나서 도시락 싸주기를 바라는 것 쯤은,
딱 그만큼은 엄마에게서 받고 싶은 몫으로 남겨 두는 심술까지도.....
일찍 잠에서 깨게 한 것에 또래인양 화를 내면서도
언제 그랬나 싶게 서두르는 엄마를 보면서
울타리를 확인하는 아이들,
어쩔 수 없을 우린 변치 말아야 할 가족이다.
2013. 8. 16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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