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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아침마당
    나의 글 2014. 2. 17. 12:11

    경멸하면서도 슬그머니 보는 TV프로가 하나 있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함께 시청하는 사람도 없건만

    야한 동화를 훔쳐보는 것처럼 조심스레 낯을 가리고

    두 눈만 살짝 드러내면서.....

     

    수요일 아침이면 5,6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제2의 인생을 스스럼없이 외치며

    못다 한 반 평생 기어코 행복으로 채우겠다는 결의가 눈물겹기까지 한,

    그들은 남은 생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초 긍정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다 살았다는 생각을 가슴에 은장도처럼 품고 다니는데

    그들은 희희낙락 애쓴 후의 보답은 과감히 챙기고 갈 거란다.

     

    물론 일정한 심사를 거치고 나왔으니 거기 나온 여자나 남자들은

    재주도 많고, 성격도 좋고, 인상 또한 괜찮고,

    관상을 보는 여자는 출연자들을 향해

    그저 좋은 말만 연발해 과연 저 말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혼자 살아도 걱정 없을 사람들이 나와 있는 건 분명하다.

     

    그 중 한 여자는 곧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여자의 딸이 자신의 빠른 선택에

    곱지 않은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그도 곧 이해해 줄 것을 믿는다면서 입이 귀에 걸렸다.

    스물 한 살 때 만난 첫사랑이라 했다.

    남편이 떠나고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마침 아침마당에서 만나게 되었다며

    하늘이 다시 이어준 운명이라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방송에 출연하자 마자 가방 싸 들고 남자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테지.

     

    이금희가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을 빠르게 하게 되었느냐고,  물론 첫사랑이었으니 생략할 부분이 많아 그랬겠지만...

    "예, 남자의 어머니가 전화로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 하길래...   예, 어머님 알겠습니다."

     

    오십 후반의 여자가 엄청 쑥스러워 했다.  사랑이 저런건가?

    보는 내내 오글거려 죽겠더구만...  

     

    그 방송을 본 몇 몇의 엄마들이

    아마도 얼마 못 갈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인연인가 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조용히 깨끗이 살다 늙을 것이지 왜 그러냐는 사람도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뭐라 하기 전에 더 큰 소리로 흥분한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

    나 같은 사람은 그럼에도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을

    "꾸역꾸역 첫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라니....   오히려 찾기 싫을 것 같은데"

    괜히 그들 사이에서 나는 남편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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