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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몸 진술서 - 김남조사진방 2015. 2. 10. 09:31
몸 진술서
- 김남조 -
척추골절의 통증 더는 못 견뎌
고통이 싫어 고통에 비수를 꽂을 거야 라고
사생결단 싸우다 참패하여
나는 내 몸의 굴복을 선고했다
내 허약함을 스스로 고발하고
그 판관을 자청했다
어이하리 어이하리
마른 눈물로 꺼이꺼이 울면서
굴복으로 포기한
내 귀중품목들을 되돌아본다
미약하나 생의 기둥인 나의 신앙,
어설픈 말재주였을지도 모를
그러나 피로 쓴 나의 시,
오매 불망으로 사랑한 사람들
어이없다
내 정신 그 위기 때마다
굳세어라 금순아로 버텨주던 내 몸이
오늘은 정신과의 이혼이며
스스로의 영혼조차 낯설어하다니
캄캄한 나를
검은 자루에 넣고 바늘로 꿰매는
그 망연자실의 순서에 이르러
지금 서서히 동이 튼다
[김남조 시집『심장이 아프다』(2013, 문학수첩)에서]
등단 60년만에 펴낸 17번째 시집
올해 88세의 원로시인 김남조(1927- 경북 대구=사진)의 새 작품집『심장이 아프다』는 1953년의 첫 시집『목숨』이후 60년만에 펴낸 한국 시문학의 기념비적 저작이다. 16권의 시집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목소리와 긍정적인 삶의 시적 정신을 순백의 언어로 구해온 김남조 시인은, 2013년 17번째 시집에서 긴 시간 동안 시와 함께하며 경험했을 다양한 성찰과 감정들을 잔잔하게 담아냈다.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낸 나무의 속살에 남는 부드러운 곡선의 나이테처럼, 고통으로 아름다운 시를 그려낸 시인의 시편들은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 알다시피 김남조는 종교적 거룩함과 신성 탐구 그리고 그것을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는 촉매의 상상력으로 각별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 거룩함은 감각적 세계인 세속과 분리돼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세속의 입장에서 거룩함의 위치는 높고도 높은 것이다.
새 시집을 내면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근래의 내 생각으론 사람마다 각자 '다른 더 하나의 자기'를 지니고 있으며 다름 아닌 '몸 안의 심장'이라는 인식이다."
김남조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과 졸업. 시집『목숨』『사랑초서』『바람세례』『귀중한 오늘』『심장이 아프다』등 17권과 수필집 12권, 콩트집『아름다운 사람들』외 편저ㆍ논문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 역임.『한국시인협회상』『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예술원상』『3ㆍ1문화상』『만해대상』『일본지구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회원이다.
출처 : Kwang & Jung`s Blog글쓴이 : Kwang & Jung 원글보기메모 :'사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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