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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병상일기 - 이해인사진방 2014. 2. 19. 07:23
병상일기 2
아플 땐 아프다고
신음도 하고
슬프면 눈물도 많이
흘리는 게 좋다고
벗들이 나에게 말해주지만
진정 소리 내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는 나의 아픔과 슬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 그들은 내게 딱 부러지게
대답은 안했지만
침묵을 좋아하는 눈빛이기에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지
끝내 참기로 했지
병상일기 3
사람들이 무심코 주고받는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
맛있다고 감탄하며
나누어 먹는 음식들
그들에겐 당연한데
나에겐 딴 세상 일 같네
누구누구를 만나고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무엇을 해야지
열심히 계획표를 짜는 모습도
낯설기만 하네 . .
아프고 나서
문득 낯설어진 세상에
새롭게 발을 들여놓고
마음을 넓히는 일이
사랑의 임무임을
다시 배우네
김점선님 畵 김점선에게
오늘은 나도
이상하게 기운이 없는데
'힘내!' 라고
말해줄래요?
언제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그대가 좋아하는
맨드라미 꽃 열심히 그리며
기쁘게 지내세요
심심해 하지 말고 -
"미치겠다!" 라고 말해서
나에게 야단맞은 것
늘 재미있어 했지요?
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가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 암투병생활 2년여 만에 집필한 시 100편을 모아 <희망은 깨어 있네>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다.
그는 "고통의 학교에서 새롭게 수련을 받은 학생"이라고 자처한다.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동요를 극복하고 세상과 사물, 인간을
좀 더 넓고 여유있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 .
시인이 말하는 희망이란
먼 미래에 있지도 않고, 먼 곳에 있지 않으며,
길을 걷고 ,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도하는 바로 <이곳 현재>에 있다고 . .
"아침에 잠이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다시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임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고 한다.
- 新刊 [희망은 깨어 있네] 中에서 발췌 / 畵: 김점선
출처 : Kwang & Jung`s Blog글쓴이 : Kwang & Jung 원글보기메모 :'사진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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