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려운 일
집 전화 요금이 몇 달째 미납으로 전화국에서 독촉 전화가 왔답니다.
어머님 혼자 쓰시는 요금은 이만여원.....
어찌 된 일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카드를 갖고 다니는데
그 중 한 명의 카드가 분실된 적이 있었네요.
가방에 분명 지니고 있었어도 정신이 없을 땐
잃어버린 줄 알고 당황해서 재발급 받곤 하지요.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자동이체로 빠져 나가는 모든 것들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전화요금 항목이 .....
인터넷 메일 청구서함에서 일년치를 쭈욱 훑어 내려갔습니다.
지난 5월부터였던 겁니다.
하도 빠져나가는 것이 많아 일일이 확인하기란,
아이가 말합니다.
"할머니가 그만 지로로 바꾸어 달래요?"
- 엄마가 전화국에 전화 해서 확인해 보고 전화 할께.
토요일인데도 전화상담은 가능해서
그동안 밀린 요금은 계좌번호를 받아 적었으니 입금하면 될 것이고,
다시 이체 신청을 하려면 입금자 명의로 된 통장이나 카드로 확인하면 될 것이고,
곧 원상복귀는 되었음에
"극구 할머니가 괜찮다는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해요."
- 염려하지 마시라고 해. 다 예전으로 돌려 놨으니.
혹시나 가늘게 이어지는 끈 이만 끊어내려
일부러 하나씩 차례로 거사를 치루는 줄 아셨나?
간단히 내가 전화해서 설명해도 좋을 것을 직접적인 말은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수기, 전기요금, 가스요금, 건강보험 등등 무언으로 얽혀 있는 관계들,
몹쓸 놈의 편치 않은 성격은 그들에게 위로를 넘깁니다.
내 대신 잘 좀 지내 주거라, 무슨 말을 할 줄 안다고.....
아주 가까운 고모에게 못할 말이 무엇이라고,
큰 아이에게 의논하는 어머님의 속사정은 어떤 것일까?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이어도
그토록 가까운 사이인 듯 보일지라도
다 알리고 싶지 않은 하나쯤은 분명 있을 겁니다.
우리끼리 익숙했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혼자만 앓고 있을 속 아픈 감정들,
미루어 짐작은 해도 아직은 알은체 눈물 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안겨질 허무까지가 많이 두렵습니다.
더 있다가, 미루어 내다 기회를 놓칠지라도
허락되지 않는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요.
숙제 하나는 늘 이렇게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