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누구에게서라도....

세수다 2013. 12. 19. 13:23

"요즘 얼굴이 참 많이 밝아지셨어요.  목소리도 우렁차지고....  "

- 제가요?  다른 사람도 그렇다고들 해요.

"저희 엄마도 마흔이 안 되어 혼자 되셨거든요. 

 그래서 처음 오셨을 때 예사로이 넘길 수가 없었어요."

- 지금 엄마는 몇 살이신데요?"

"67세요. 저희는 딸이 셋인데, 지금 초등학생 손녀 둘 키워 주고 계시죠.

 함께 살구요."

- 다행이네요.  엄마,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말도 마세요. 제가 첫째여서 아빠 역할을 했어요. 늘 엄마가 가엾고,

 한번은 어떤 분이 재혼하라고 주선을 한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난 고생을 한 엄마가 안 되어서 반대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밑의 동생이 우리 사이에 그 누구도 끼워 넣을 수 없다고 난리를 피워서

 무산된 헤프닝 한번 말고는......   지금껏 똘똘 뭉쳐 살고 있어요.  다 한 동네서요.

 저희 엄마도 울고 싶을 땐 무조건 교회에 가서 앉았다 오곤 했었어요.

 지금도 아빠 얘기가 나오면 눈물을 훔쳐요.

 엄마가 제일 기뻐했던 날은 제 딸이 태어났을 때였어요."

- 어떻게 좀 하얀 백지가 되어질 약 좀 없을까?  내게도 그렇게 기쁜 순간이 와 줄까요? 

   지금처럼 담담한 기분으로 쭈욱 살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어쩔 땐 돌아버릴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늘 하루만 생각하죠.

"바쁘신데, 제가 너무 시간을 빼앗은 거 아니예요! 

 뒤돌아 보니 그렇더라구요. 

 안정이 되고 나서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끼리 웃곤 해요.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는 아직도 다 모르겠어요. 

 그냥 느낌으로 상상만 하는 것이지...

  지금은 울엄마, 동네에서도 친구들간에서도 자식한테 용돈 제일 많이 받는다고 어깨가 으쓱해요.

  내가 최고가 되었다고..."

- 아니요.  전 괜찮아요.  이 순간 또 하나 얻어갈 것이 생겼어요. 

  초 긴장 상태에 처했을 때는 다 같이 전쟁이라 죽기 살기로 살아야 할 걱정만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머물 즈음이 되면,  그 예전의 행복했던 순간까지 되찾고 싶은 욕망에 대해,

  요즘 큰 아이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거든요.

  이 변화된 상황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엄마의 생각과

  이 즈음 편안해진 것 같으니 예전의 상황까지로 완전 복귀를 꿈꾸는 아이들의 생각....

 

  이 곳은 지금 은행이다.

  귀한 시간,  기꺼이 내게 내어준 이 여자, 한 시간을 넘겼다.

  우리같은 사람은 늘 이야기를 하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데, 

  주책없는 넋두리,  푼수짓은 아니었을지 물었지만

  자신이 얻어 챙긴 것이 더 많단다.  

 

여자가 일을 하다 말고, 서류에 글을 채우다 말고, 눈자위가 붉어졌다. 

곧 눈물이 떨어질 것도 같았다.

내 얘기를 그 여자가, 그 여자 엄마의 얘기를 내가....   같은 얘기였다.

내 훗날에 펼쳐질 수도 있을 그럼에도 평화로운 이야기.

희망은 있겠다.  

엄마 얘기를 하면서 저리 아프게 울어 줄 딸을 가졌으니....

 

그 희망만 갖고 가자.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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