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쿠팡에서....
쿠팡, 소셜 커머스에서....
며칠 전 엄마를 위해 큰 아이가 주문했다던 등산복이 도착했다.
사이즈 95에 온통 오렌지색,
조끼에, 티셔츠에, 잠바에 바지까지, 가짓수도 많다.
"엄마, 메이커 옷들은 다 광고비가 들어가서 비싼 거래요. 왜? 마음에 안 들어요?"
눈썰미도 타고난 재능인 것 같다. 큰 아이를 보면.....
성의를 봐서 제대로 내색도 못하겠고, 슬쩍 밀어 놓았더니
빨리 안 입어 보고 뭐하냔다.
등산복 사이즈가 일반 옷과는 분명 다를 것인데,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딱 그것 뿐이라 알은체를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세인, 그림에서 볼 때는 이 오렌지색이 꽤 예뻐 보였어도 입기에는 영 아니다 ?
이것보다 좀 큰 거였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환불하자."
돈에 옷을 맞추다 보니 색깔도 안 맞고, 사이즈도 안 맞고, 아이의 수고가 안쓰럽지만
엄마에게도 눈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했더니
"엄마는 아무래도 공주병이 있는 듯 해요."
하마터면 싼 게 비지떡이란 말까지 할 뻔 했었다.
얼른 입단속 하길 잘 했지.
공주병?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게 된 나를 향한 단어.
일이 그르쳐지고 난 후의 푸념을 그리 표현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다니?
그러든지 말든지,
머지 않아 내게 어울릴 등산 잠바 하나 살 것이다.
역시나 공주병에 걸린 거 맞다 한들, 엄마도 취향이 있는 것을....
시월의 어느 하루 또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될 수 있으면 서로에게 듣기 좋은 말은 다시 한번 새기고
듣기 불편한 말은 지우개로 지워내는 연습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