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능이버섯집에선.....
광주 목현동이란 곳에 "능이버섯" 집이 있었다.
지난 번에 갔던 곳, 그들이 말했다.
"가을, 날씨도 쌀쌀한데 몸보신 하게 저녁 식사 장소로 다시 그 곳 어때?"
벌써 한참 전이 되었다. 작년 2월 중순이었으니....
남편 친구들은 그들끼리 차에 타고, 내 차엔 그의 부인들이 탔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어서 경복궁 축제 구경하다
시식코너의 비빔밥을 수월찮게 얻어 먹었다는 이도 있었고,
충청도 동생네 가서 도토리를 세 말이나 줏어 왔다는 이도 있었고,
죽도록 일만 하다 왔다는 이도 있었고,
허리가 아파 걸음을 못한 이도 있었고, 나는 여전히 그들 속에서 이탈되지 않은채 잘 섞여 가고 있다.
이렇게 다섯 부부는 늘 함께였다.
나름 남편의 위신을 세워주느라 소극적이었던 나는 어느새 매우 적극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 때 그 자리, 같은 메뉴 능이버섯 백숙이 놓여졌다.
여자 종업원이 가스 불을 올리려 할 때,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왔다.
마침 전화벨이 울리기도 했지만 왜 머쓱해졌을까?
음식점 마당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무엇을 진정해야 하는지, 아직은 까맣게 옛날 일이 될 수 없을 이 시간이 문제다.
그가 이 곳에 없는 사실은 분명해 졌다.
봐라, 정말 없지 않은가.
과감하게 닭다리 하나를 앞 접시에다 옮겨 놓았다.
곁들여 나온 찰밥도 푹푹 내 접시로 퍼 담았다.
평소의 나 답지 않기로 했다.
오늘 되도록 많이 먹어 둘 것이다.
맛 조차 모르고 허겁지겁,
친구들과의 모임이라고 아픈 중에 함께 했던 마지막 만찬.
다시 그 자리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잊은듯 허허거리며 잘도 웃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자 만이 세상을 얻은 것이란다.
떠나고 없는 사람은 잊혀진 것에 대한 원망조차 미안하게 되었다.
시간이 그리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