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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능이버섯집에선.....

세수다 2013. 10. 13. 12:14

광주 목현동이란 곳에 "능이버섯" 집이 있었다.

 

지난 번에 갔던 곳,   그들이 말했다.

"가을, 날씨도 쌀쌀한데 몸보신 하게 저녁 식사 장소로 다시  그  곳 어때?"

 

벌써 한참 전이 되었다.  작년 2월 중순이었으니....

 

남편 친구들은 그들끼리 차에 타고,  내 차엔 그의 부인들이 탔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어서 경복궁 축제 구경하다

시식코너의 비빔밥을 수월찮게 얻어 먹었다는 이도 있었고,

충청도 동생네 가서 도토리를 세 말이나 줏어 왔다는 이도 있었고,

죽도록 일만 하다 왔다는 이도 있었고,

허리가 아파 걸음을 못한 이도 있었고, 나는 여전히 그들 속에서 이탈되지 않은채 잘 섞여 가고 있다.

 

이렇게 다섯 부부는 늘 함께였다.

 

나름 남편의 위신을 세워주느라 소극적이었던 나는 어느새 매우 적극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 때 그 자리,  같은 메뉴 능이버섯 백숙이 놓여졌다.

여자 종업원이 가스 불을 올리려 할 때,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왔다.

마침 전화벨이 울리기도 했지만 왜 머쓱해졌을까?

 

음식점 마당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무엇을 진정해야 하는지,  아직은 까맣게 옛날 일이 될 수 없을 이 시간이 문제다.

 

그가 이 곳에 없는 사실은 분명해 졌다.

봐라,  정말 없지 않은가. 

 

과감하게 닭다리 하나를 앞 접시에다 옮겨 놓았다.

곁들여 나온 찰밥도 푹푹  내 접시로 퍼 담았다. 

평소의 나 답지 않기로 했다.

 

오늘 되도록 많이 먹어 둘 것이다.

 

맛 조차 모르고 허겁지겁, 

친구들과의 모임이라고 아픈 중에 함께 했던 마지막 만찬.

다시 그 자리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잊은듯 허허거리며 잘도 웃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자 만이 세상을 얻은 것이란다. 

떠나고 없는 사람은 잊혀진 것에 대한 원망조차 미안하게 되었다.

시간이 그리 되고 말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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