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욕심 부리지 말게나 / 受 天 김용오
여보게나 자네가 잉태한 순간도 바람이었으며 태어난 순간도 바람이었다는 것을 아는 자네가
어찌 자네에게 없는 팔자를 굳이 만들어 금붙이로 살려하는가 태양이 있어, 물이 있어, 나무가 있어, 미끄덩한 마누라 와 풀잎 같은 자식이 있어 자네 또한 없어서는 안 될 한 점의 바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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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모든 것을 보는 것으로 흡족해야 할 팔자인 자네인 것을
무엇이 부족타 허구헛날 유리걸식마냥 이집 저집 기웃거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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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훗날 멀겋게 뒤집힌 눈으로 누워 병들어서 오줌 똥 싸 놓고서 누구를 고생시키려고 남의 팔자를 욕심을 내려 하는가 그리하지 말게나
여보게 자네와 나 누구도 바람 속에 재울 수없는 한낱 쑥대머리 인생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지 않은가 주는 밥 세끼 먹고 욕심 부리지 말고서 저 놈의 노을을 병풍삼아 바람은 벽계수라 앉혀 놓고 지나는 구름 한 점 뚝 따서 반주삼고 자진모리 술잔이나 기울고서
날이면 밤마다 우리를 보며 유혹을 하는 저 하늘에 쪽빛의 별순이며 별자에게 남몰래 흘려야 했었던 사랑가를 불러봄직도 좋을까 하니 어이 자네는 어떤가?
그래야 이 풍진세상 소풍 끝나는 날 그림 같은 저놈의 푸른 하늘에서 먼저 간 김삿갓의 형님을 보고 처갓집의 푸른 별의 장모님께서 멋들어진 사위 왔다고 옥빛의 육수에 수제비를 별빛이 자르르 나는 양푼에다 한 상 가득 빚어 나올 것을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어이 살맛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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