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재래시장에서

세수다 2013. 9. 3. 17:20

둘째의 가을 옷과, 가방, 노트북 등을 박스 가득 채워 택배로 부치기 위해 우체국에 왔다.

지방으로 학교를 보내니 많이 번거롭다.

저울에다 박스의 무게를 재고 카드로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전화번호를 묻는다.

누구의 전화번호든 이렇듯 떠오르지 않을 땐 어찌할까?

도대체 모르겠는 걸......

몇 분여를 허둥대다 간신히 도착지 주소 옆에 아이의 휴대폰 번호를 새겨 넣었다.

요즘  멍하니 시간을 죽이긴 했다.

그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 걸 보면 큰 일이다.

 

추석을 느끼려 재래시장에 들른 것은 아닌데 곳곳에 펄럭이는 현수막은

온통 한가위 특집이라는 글귀를 빼놓지 않았다.

벌써부터 대목 장사 준비가 시작된 것인가?

 

무심코 우엉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우엉 달인 물로 세수를 하면 여드름 치료 효과가 있다 했다.

큰 아이가 요즘 신경 쓰는 부분으로,

 

펄럭이는 현수막의 폼새가 낯 부끄러울 지경으로

한 낮의 시장은 한가하기 이를데 없어 마치 명절 당일날 같다.

 

숙제처럼 고독이 밀려온다.

 

길은 사방으로 뚫려 어디든 갈 곳이지만

마음의 방향이 먹통이다.

 

길 한쪽에 깜박이를 켜고 주차해 둔 내 차를

빨리 빼 달라고 어떤 여자가 성화다.

왜 우리 차도 못 들어가게 주차장 앞에 세워 두고 난리냔다.

 

시장보기를 그만 두기로 했다.

그렇잖아도 다른 핑계를 찾고 있었다.

하릴 없이 서성이는 나 좀 누가 말려 달라고 할 참인데

그 여자 참 고맙기도 해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무서울 거 없는 여자다.

나는 무서울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인 여자인데.....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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