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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다 2013. 8. 19. 18:31

지난 번,  나에게 분리수거 제대로 안 했다고 삿대질까지 하며 열을 올리던

보다 젊은 경비 아저씨가 무슨 영문인지

불같이 화를 내고 배낭 안에 소지품을 챙겨 홀연히 떠났다.

내 그럴 줄 알았다며.  여기 저기 맘 상한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찬다.

세상살이 반은 점쟁이가 되어 가는 마당에

그깟 관상쯤이야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관리 소장도 어깨를 으쓱할 뿐,

일흔 일곱의 경비 아저씨만 또 힘드시게 생겼다.

 

괴퍅한 인상에다 성질 또한 떼놈 같아 영 일 시켜 먹기 힘들었다.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왜 그리 불평만 많은지....

 

변화무쌍하게도 독한 자리를 용케도 잘 견뎌온

터줏대감 경비 아저씨는 도통 이해를 못하겠는 표정이다.

 

집에 가셨다가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으니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그저 웃으신다.  또 다시 일 하나 벌어진 모양이라고....  

한 자리는 15년이 넘어가도록 언제나 변함이 없고,

다른 한 자리는 두 달이 멀다 하고 바꿔치는 꼴이라니

자리란 것이 원래 그렇게 들고 나는 터가 따로 있는 가 보았다.

내가 알기만 해도 정말 수도 없었다.

 

빈 공터에 호박꽃 일색이도록

호박씨를 많이 뿌려놓은 아저씨가 호박 하나를 따서 내게 건넨다.

노란 호박꽃 하나에 호박 하나 열리는 걸 최근에 알아냈다.

엄청난 넝쿨 사이로 호박이 어디 숨었는지 참으로 궁금했는데

호박꽃을 찾으면 되는 것을........

 

부지런한 아저씨는 40대 청년보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내 있는 곳의 우여곡절을 온전히 파악한 바로

남의 일이 아닌 내 집 일처럼 여긴 끝이다.

 

이상하게도 일을 놓으려 하면 일이 따라 붙고,

돈을 놓으려 하면 정체 모를 돈이 따라 붙고,

사람을 놓으려 하면 그 사람이 아쉬울 판인데,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경비아저씨는

늘 그렇게 사람을 미워하며 산 탓으로 떠나간 등 뒤로

아쉬움 하나 거두어 두질 못했다.

 

무심하게 사람 하나가 떠났다.

무심한 흔적,  변명 하나 귀담아 둘 발자국마저 지워내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틀 새 사람은 쉽게도 구해졌다.

 

사람 사는 세상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언제든 다시 오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기다리느니

내가 그들 속에 스며들어 가는 쪽이 수월한 것을

70이 되도록 깨닫지 못한 것을.....   가르쳐 주는 이는 없다.

내 스스로 발견해 내지 못한다면 사람은 고독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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