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상처
세수다
2012. 11. 4. 12:00
알고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훌훌 털고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떠날 용기도 없고,
이제와서 돈이 무슨 필요 있다고, 이토록 질기게 돈이란 걸 벌고 있으니
"돈 벌어서 뭐 하냐? 나 처럼 아프면 어쩌려고...."
남편이 내게 말했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지독스럽게 일만 했던 그가,
피식 웃음을 웃으며 정말 억울한 것 같은 표정으로
기어코 이 답답한 설정 속에 갇혀서 어쩌지 못하는 나,
큰 얘 세인이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마치 예전에 그와 심한 다툼을 벌인 적이 있었던 그때처럼
" 등록금 내는 게 아까우면 내년에 휴학할 거야. 그리고 나중에 다 갚을께."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아이는 어긋장을 내며 내게 생채기를 낸다.
나는 어쩌라고, 너희들은 아프고 아픈 그 심정을 친구들과 만나 술이라도 마시며 풀기라도 하지,
나는 그럴 줄도 모르니,
"엄마도 미친듯 엉망진창 한바탕 되는대로 살아볼까?"
"알아서 해요."
그런 대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엄마 힘들어도 우리가 있으니까 염려 마
이 한마디가 정말 듣고 싶었는데,
아이들은 나와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다.
외사랑이 이런 모양일까?
자식한테는 바라지 않는 거라는데 몹쓸놈의 엄마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