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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세수다
2013. 8. 11. 13:20
펄럭이는 휘장을 휙 하고 걷어 치웠다.
비로소 자유가 내게로 왔다.
어쩜 그동안의 모습이 허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웃고, 떠들어 대고.... 말의 향연은 그야말로 자기 도취에 길을 잃었다.
어찌 이리 낯설어졌을까?
이것으로 슬픔에서 치유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도 했었다.
이제 지독한 이 놈의 늪에서 빠져 나와도 될 것 같다면 배반일까?
컴퓨터 안에서 공존하는 모순된 세상을 확인했으니 비겁자라 해도
내가 살려면 우선 도망은 쳐야 하는 것이다.
희망이라 말하고, 위로로 여겼던 글들이 지렁이처럼 미끈미끈 손에 잡혀들지 않았다.
낯설게 모를 세상이 되어, 아픔의 공소시효는 여기까지, 그렇게 못박아 두기로 한다.
결국엔 모두가 이방인으로, 마음이 접혀지니 슬픈 일이다.
마음이 돌아서는데 걸리는 시간은 긴 고민이 불필요할만큼 찰나에 발휘된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가 내게...
그래서 재미가 없어졌고, 흥미 또한 밋밋해졌다.
언제 그리 유쾌하게 살아 봤다고, 재미를 운운하는가.
무한한 환상에서 비로소 깨어난 순간엔
뚜벅뚜벅 걸어온 발자국에서 이미 드러난 것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
감명으로 가득했던 무수한 글들이 한낱 쓰레기로 풀풀 부질없어졌다.
이 무슨 짓인가.
그가 있었어도, 이런 고뇌로 맘을 쏟았을까?
꿈을 꾼 것 같다.
다른 삶을 빗대어 나를 살려보자는 어리석음은 이쯤에서 접어두자.
절박함은 이토록 절묘한 순간에 갈아타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