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알맞은 나이

세수다 2013. 7. 26. 10:48

카센터 아저씨가 부품 대리점 차를 대동해서 밧데리 하나를 내려 놓았다.

늦은 저녁이 다가온들 대수냐고 기꺼이 서둘러 준 그 분이 고맙다.

 

사무실에서 가끔씩 사용하는 트럭 하나가

오랫동안 홀로 방치된 관계로 방전이 되었다 해서....

아는 분들이 다음 날 까지 기다려 보라 했었다.

자신들의 차와 연결해 점프를 해 본다나, 어쩐다나

속 썩이는 자식 같다.

 

어떤 이는 중고차에다 그만 팔아버리라는 사람도 있고,

아니, 거기다 수출용으로 팔면 값을 더 쳐준다는 루트도 알려주고,

차나 사람이나 사용을 멈추면 녹이 스는 것

이치는 그럴 듯 나를 유혹하지만

마음의 깨달음이 나를 넘어서지 못하면 언제나 그것은 불발로 끝이 난다.

 

오른쪽 앞 타이어 뒤에 네모난 상자모양으로 붙은 것이 밧데리다.

카센터 아저씨라 해봤자 나와 비슷한 나이,

밧데리 교체만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밧데리를 닳게 하는지

그 원인을 살펴야 잔 고장을 잡을 수 있음을 설명한다.

 

남의 자식처럼 겉돌던 차에 갑자기 애착이 갔다.

어디가 아팠는지, 진작에 돌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들다니...

가끔씩 쓰지 않는 차라도 시동을 걸어두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무심코 내버려 둔 삶에 대한 홍역치르기는

그저 건너뛰는 법이 없는 것 같다.

헐떡이는 목숨을 지닌 사람이나, 수백개의 부품으로 짜여진 기계일지언정

마땅한 순간에 응급처치를 해 주어야

가던 길을 지속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심청전의 심봉사가 젖동냥으로 심청이를 키워냈듯이

다른 모양의 사람 동냥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오늘을 일궈내는 중이다.

 

나는 자꾸 묻는다.  알아도 소용없을, 안다고 내가 할 수 없을...

하지만 세상살이에 반드시 필요한

적절한 시세와 나이에 걸맞는 책임까지 챙겨내야 하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까지 말이다.

 

이보다 조금 더 젊었다면,

이보다 조금 더 늙었다면,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에 생각을 바치기 보다

알맞은 나이에 이르른 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지금,

참말 좋다.  날아갈만큼....

 

밧데리 값 12만원을 치르고,

나의 차에 카센터 아저씨를 실어나르기로 약속을 했으니 기꺼이 보답을 해야지.

트렁크에다 쓸모 없어진 밧데리를 실어 넣었다.

그에게 왜 그 가격이냐고 묻지는 않았다.  모른체 이미 알아보았으므로...

온통 기계기름으로 범벅인 아저씨가  옆 좌석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그때 카렌스 왜 더 타시지 뭐하러 새 차를 샀어요?

 남자들이라면 어떻게든 요령이 있어 몇 년이고 더 탔을텐데요."

- 아니요.  그 차의 운명도 거기까지...

 

나는 오늘도 지나간 것에 대한 이의를 달지 않는 아주 기막힌 하루를 보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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