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스크랩] 백설기, 얼굴

세수다 2013. 7. 20. 13:21

쓰디 쓴 한약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쓴 것은 몸에 좋단다.

입가심으로 하얀 백설기 한 귀퉁이를 떼어 다시 입 속으로 꿀꺽...

그리고 나는 지금 멋지게 생긴 가수 최성수의 "동행"을 듣고 있다.

 

하얀 백설기 여섯 덩어리는 어제 우리 둘째가 가져온 것이다.

형님네 손녀 백일잔치를 간단하게 치른 후...

배낭 속에서 우루루 떡 덩이 여섯 개가 쏟아져 내렸었다.

아이의 꽃무늬 일색의 배낭에서 금나와라 뚝딱이 연출되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사람도, 그에 따른 소식도,

들려나 오는 소식일랑 하는 수 없이 듣더라도

귀 기울여 일부러 끼어들 수고를 자처하진 않는다.

 

내겐 늘 정면으로 묻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그냥 지나가듯 슬쩍슬쩍 간만 보고 마는....

이름과 얼굴들이 필름처럼 순식간에 스쳐간다.

 

그날 이후로 웃음은 반으로 줄었고

모든 행사와 생각은 간소화 되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아들을 잃은 어머님에게도

남동생을 잃은 누나에게도,

오빠를 잃은 누이에게도.......

 

그저 안쓰럽고, 애처로워 미칠 것 같은 애증으로

하루하루 열두 고개 넘어내느라 애를 쓴다.

 

이제 음악이 한바퀴를 돌아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이 흘러 나온다.

 

다음은 누가 그리움의 희생양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날 것인가?

 

웃음 하나에도 슬픔 하나 반드시 걸쳐 놓아두는 가혹함은 모두의 아픔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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